55. <체질의학 소설> 병입골수

병입골수(病入骨髓) 병이 골수 깊이 스밀 정도로 뿌리 깊고 중함을 뜻한다

by 백승헌

. 2023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55. 병이 깊을수록 약초가 신효해야 한다.


“이 겨울에 천세근을 꼭 구해야 하겠소?”

승학은 지리산에서 알고 지냈던 약초꾼 최 노인을 찾아가서 사정얘기를 했다. 반드시 천세근을 구해야만 한다고 간청을 했다. 그는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으며 혀를 끌끌 찼다. 승학은 굴하지 않고 말했다.

“병이 깊을수록 약초가 신효해야 하지 않습니까? 꼭 구해야 할 사람이 있어 그렇습니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뿌리치료를 해야 살 수 있습니다.”

“이 겨울에 천세근을 어떻게 알아보고 찾는다는 말이오? 천세근을 구했다고 해도 그 약초를 사용하려면 7개의 특수한 약초를 더 구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소?”

“예.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산속에서 오랜 시간 생솔가지와 송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5일 밤낮으로 불을 때고 정성을 가해야 하지요. 그 정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고는 뿌리가 깊은 중병을 고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내 70 평생 겨울에 그 귀한 약초를 찾는 사람은 처음 보았소. 다른 약초를 찾아서 쓰면 안 되겠소? 내가 캐어놓은 약초 중에서 귀한 것을 드리리다.”

“감사합니다만 반드시 그 천세근을 구해야만 합니다. 병입골수가 되어 호흡이 안되고 식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잠을 자는 중에 호흡곤란으로 멈출 수도 있는 중한 병입니다.”

그는 승학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 환자가 도대체 누구란 말이요? 평생 구경도 할 수 없는 귀한 약초를 구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하오. 누구인지 알고나 생각해 보아야겠소.”

“젊은 처녀입니다. 꽃다운 청춘을 꺾어지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는 먼산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청허선사님이 그 귀한 약초로 내 목숨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오. 젊은이는 그 어르신이 아끼는 제자의 제자이니, 참 거절하기도 그렇구려.”

승학은 벌떡 일어나서 큰절을 올렸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만류했다.

“아직 허락한 것은 아니오. 나도 알 수는 없소. 이 겨울에 그 귀하디 귀한 약초를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오. 나도 병생 몇 뿌리를 본 것이 고작이오.”

“어르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대략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알려주시면 찾는 것은 제가 천길 벼랑이라도 오르겠습니다.”

“그러한 각오면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소. 알겠소. 모레 새벽 6시에 여기 와서 기다리시오. 산속에서 노숙을 해야 하니, 비닐과 가벼운 이불, 먹거리는 준비하시오. 한번 가면 최소 보름은 산속에 있어야 하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승학은 그가 하는 말뜻을 모두 알고 있었다. 산속으로 약초를 캐러 가면 하루 이틀로는 부족했다. 최소 보름이나 한 달간을 지내야 했다. 무거운 텐트 대신에 가벼운 비닐을 가져가서 바위틈 사이에서 비박을 하는 것이었다. 승학은 여러 번 경험이 있어 이미 준비를 해 두었다.



이틀 뒤에 그들은 지리산 깊은 계곡을 향해 걸었다.

단풍잎이 거의 떨어진 산자락은 황량했다. 하지만 승학은 이 모든 것이 익숙했다. 오랜만에 다시 야생의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최 노인은 별말 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승학 역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침묵을 지켰다. 몇 개의 계곡을 지나 산속 깊숙이 들어갔다. 점심때는 불린 쌀과 솔잎을 먹었다. 그리고 오후 해 질 녘 되어서야 큰 벼랑이 있는 곳에 다 달았다. 노인은 몇 번이고 주변을 돌고 확인을 한 후에 말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주변이 맞는 것 같소. 오늘은 날이 늦었으니, 바위틈 사이에 비닐막을 치고 비박을 해야겠소. 해지기 전에 가볍게 요기를 하고 빨리 준비를 하시오.”

“예. 어르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승학은 재빠르게 비닐을 꺼내 바위와 바위틈 사이에 걸쳤다. 두 사람이 간신히 앉을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두고 바람을 막았다. 이불은 없었고 미군담요 두 장만 그곳에 두었다.

“역시 청허선사님의 지도를 받아서 잘하시는 구료. 참 청허선사님이 청년이야기를 한 적이 있소. 앞으로 큰 일을 할 재목이라고 하셨소. 언제가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했소. 긴히 청을 하면 들어주라고 부탁을 했소.”

승학은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주셨던 조사님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났다. 미래까지 읽고 최노인에게 당부까지 하셨다니, 감격을 느꼈다.



그들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 비닐을 쳐서 추위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승학은 일찍부터 약초를 찾으러 나섰다. 최노인이 앞서 한참을 걸어갔다. 그는 손가락으로 벼랑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분명히 저 벼랑 어딘가에 찾고 있는 약초가 있을 것이오. 마음을 집중해서 찾아보시오. 나는 이 벼랑 위를 오를 근력이 없으니, 여기서 기다리겠소.”

승학은 벼랑을 오르며 살폈다. 이미 천세근에 대해서는 잘 알기 때문에 겨울이라도 찾을 수가 있었다.

그 약초는 책에도 나오지 않고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것을 잘 안다고 해도 험한 벼랑 사이를 다니며 찾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승학은 점심때 불린 쌀과 솔잎을 먹고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러나 다른 약초는 보였지만 그 귀한 약초는 보이지 않았다. 저녁 무렵 힘없이 내려왔다. 최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겨울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하지 않았소. 하루, 이틀 만에 찾을 수는 없을 것이오.”

“예. 알겠습니다. 내일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그들은 다시 그곳 근처에서 비박을 했다.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약초를 찾아 나섰다.

승학이 그렇게 찾아다닌 지도 2주가 넘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 여기서 혼자 남아 찾아보도록 하시오. 나는 이제 돌아가야겠소.”

최 노인은 2주가 넘어 3주가 되어갈 때 그렇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저 혼자 남아서 찾아보겠습니다.”

“청정지심이 되어야만 귀한 약초가 보이는 것이오. 나는 1주만 있다가 하산하려고 했소. 한데 워낙 지극 정성이라 그간 여기저기를 다니며 약도를 그렸소. 내가 내려가면 여기 표시된 능선과 벼랑을 다시 한번 찾아보시오. 마음을 한데 모으고 몰입을 하도록 하시오.”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승학은 그를 보내고 홀로 남아 하늘을 보았다.

이제 완전한 절대고독의 시간이 되었다. 어디선가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승학은 노인이 그려준 약도를 보며 다시 산길을 올랐다.

홀로 깊은 산속에 있게 되자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다.

“병입골수는 병이 골수 깊이 스며들어 뿌리가 깊고 중한 상태일세. 그런 병은 양약은 금물일세. 한약도 아무 한약을 먹으면 절대 안 되는 것이네. 병이 중하면 그만큼 귀한 약초를 써야만 뿌리 치료가 된다네.”

사조님이 한 말들이 떠올랐다. 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약초를 구할 때는 자연의 마음이 되어야 하네. 때 묻지 않은 청정지심으로 자연 속에 들어가야만 그것이 보인다네. 세속적인 욕심이나 바램, 생각들이 들어가면 절대 보이 지를 않네.”

승학은 그 말을 떠올리며 오직 천세근만 생각하고 몰입을 했다.

그러자 그전에 보이지 않던 약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승학은 유림을 낫게 하겠다는 그 생각이 장애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욕심이나 바램은 눈을 어둡게 한다는 옛말이 맞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승학은 4주가 되어서야 겨우 천세근을 발견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약초였지만 겸허한 마음이 되었다.

하늘을 우러러 큰 절을 올리고 정성스럽게 채집을 했다. 승학은 그 약초를 벼랑에 넣고 예전에 사조님과 기거하던 동굴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5일간 약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승학은 그 동굴에서 5일간 지극정성을 다해 고를 만들어 환약을 만들었다. 그 일이 다 끝나고 나서야 하산을 하며 유림을 떠올렸다. 그러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유림의 신상에 큰일이 난 것 같은 직관이 들었다.

가슴이 뛰었고 머릿속에 파동이 일었다. 유림이 위태로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일어났다.

승학은 발걸음을 채 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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