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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횡설과 수설의 베트남 생활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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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11. 2024

15. 베트남에 불면증이 많은 이유

“20년 동안 수면제를 먹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 약이 안 들어요.”

60대 중반의 베트남 여성 픙티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수면제 없이 단 하루도 못 견딘다고 했다.

나는 그녀를 진단하고 나서 말했다.

“대장에 가스가 잔뜩 차고 숙변이 너무 많아 그렇습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맞아요. 제가 변비가 심하고 아랫배가 늘 차고 더부룩하며 통증이 있어요. 아주 오래된 증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불면증과 관계가 있나요?”

“대장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면 불면증이 발생합니다. 수많은 불면증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증세가 그렇습니다. 그증세가 오래되셨다면 불면증도 오래된 것이지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젊을 때부터 이 불면증 때문에 날밤을 샌 적이 많았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요. 하루라도 잠을 좀 편하게 자면 좋겠어요.”

어떤 병증이든 한 가지 증상이 강하게 오면 삶의 질은 무너진다. 극심한 변비 증세 하나만으로도 힘겨운 사람들도 많다. 수면장애를 비롯한 본능적인 욕구에 기능적 이상이 오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생리적 기능이 원활해야 건강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생리적 기능 중에서 만족스러운 것이 없어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싸는 것도 다 별로 좋지 않아요. 그중에서 잠만이라도 실컷 자보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렇게 원하시면 양약을 끊고 침치료에 전념하시면 실컷 잠을 주무실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당장 약을 끊지요.”

그녀는 굳은 결심을 하며 치료를 원했다.

베트남의 양약은 저렴하다. 천 원에 살 수 있는 연고도 있으며 보통 약들은 한국에 비해 현저하게 가격이 싸다. 그들이 양약을 많이 먹는 이유가 가격이 저렴하며 어딜 가나 약국이 즐비하게 많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약국이 우리나라 구멍가게 수준이며 개업도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작은 약국 하나는 우리나라 돈 2500만 원이면 열 수 있다고 한다. 간호사 픙은 그 돈을 모아서 내년 겨울에 자기 약국을 오픈하겠다고 내게 말했다. 한국인이 생각하면 그 돈으로 약국을 연다고? 그러나 여기는 2500만 원이 적은 돈이 아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베트남은 약국을 한 약사가 여러 개 운영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녀에게 베트남에 불면증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베트남에 불면증 환자가 많은 이유

1. 베트남의 커피는 연유를 타지만 매우 강도가 세다.

커피 생산국이어서 커피가 저렴해서 매일 강한 커피를 마신다. 주로 음식은 채식인데도 커피만 많이 마심으로써 위와 대장기능이 약화된다.

2. 베트남의 야채는 질기고 소화가 잘 안 된다.

열대지방의 강력한 햇빛과 열기로 배추가 질기며 성질이 차다. 그런데 베트남인들은 생야채를 즐기기 때문에 위와 대장기능을 약화시킨다.

3. 베트남의 쌀국수나 여러 음식들은 화학제를 많이 사용한다.

베트남은 집밥보다는 외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비닐에 포장해서 판매하는 싸구려 외식들이 많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MSG나 미원을 듬뿍 넣어서 만든다. 나는 맛있는 쌀국수에 중독되어 10일 연속해서 먹고 화장실을 하루 여섯 번 이상 갔으며 대장기능에 적신호가 켜진 적이 있었다.

4. 대장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불면증이 오는 초기에 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병이든 치료보다는 기다린다. 조금 증세가 좋지 않으면 바로 약국으로 가서 약을 사서 복용한다. 원인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설명하며 그녀에게 당부를 했다.

“일단 커피를 끊고 외식을 하지 마세요. 생야채를 먹지 마시고 데쳐서 드세요. 이것은 기본입니다.”

“저는 다른 건 할 수 있는데, 커피는 마시면 안 될까요? “

“커피는 집에서 아주 연하게 타 드시거나 끊으세요.”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다짐을 받고 치료를 했다. 체질을 정확히 알고 원인을 제거하는 침치료는 수면제보다 강력하게 작용을 한다. 그녀는 첫날 침치료를 하고 난 이틀 후 다시 와서 말했다.

"오랜만에 수면제 먹지 않고 잠이 와서 잘 잤어요. "

그녀는 수면제를 먹지 않고 잘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고 했다. 그다음부터 이틀에 한 번씩 출근 도장을 찍으며 열심히 치료했다. 그녀는 약 2개월의 침치료와 한약을 병행한 이후에 양약을 끊고 꿀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증상은 근본 원인을 제거하면 반드시 낫게 되어 있다. 불면증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수면제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문제다.

수면제를 끊고 원인치료를 한 이후로 그녀는 꿀잠을 자며 건강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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