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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Sep 10. 2024

14. 베트남환자의 양약리스트

화학적 양약의 과다복용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잠을 이틀이나 못 잤어요. 미치겠어요.”

60대 중반의 베트남인 응우엔(원 씨)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는 잠을 못 자고 있고 역류성식도염으로 호흡곤란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곁에 있는 30대 프랑스 부인도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었다.

“잠을 못 자는 것은 대장기능 저하 때문입니다.”

나는 그에게 대장기능과 간기능 저하가 가져오는 증세들을 설명했다.

그는 몸이 탄탄하며 강단이 있는 체격이었다.  아주 건강한 상태로 보였지만 몸은 화학적 잔재로 늘어져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그의 증세를 설명했다.

“호흡곤란은 소화기의 문제로 횡격막 기능이 약화되어 그렇습니다. 아마도 침치료를 하면 편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빨리 침치료부터 해주세요.”

여러 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큰 사업을 하는 그는 건강에 대해서도 행동력이 강했다. 여러 가지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 치료부터 하자고 했다.     


침치료를 마치고 나서 그가 말했다.

“머리가 안 아프고 호흡이 잘 되고 있어요. 신기하네요. 베트남 한의원에 자주 다녔는데, 침치료가 아프지 않고 이런 효과는 처음입니다.”

“한국의 침술은 중국이나 베트남과는 전혀 다릅니다. 한국의 사암칩법이나 체질침법은 독보적입니다.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 할 수 없는 정확한 침자리 좌표(경혈점)를 찾고 치료합니다. 효과가 탁월합니다.”

그는 그럴 수가 있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침술이 다 비슷비슷한 것 아닌가요?”

나는 그에게 침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다양한 침술의 유파와 효능의 편차

침술은 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무술의 일종이다.

동북아에서 발달한 침술은 서로 간의 유파가 형성되어 있고 많은 차이가 있다.

1. 중국은 체침이 발달했고 평형침이나 정씨 침법, 근삼침, 일침요법 등 유파가 많다. 

대부분 체침이 변형된 것으로 전통침법의 범주 속에 들어간다.

2. 일본은 호침과 침관을 개발하였고 나가노침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한국의 영향을 받았으나 한의사제도가 없어 침술의 발전이 별로 없다.

3. 대만은 동씨침이라는 독특한 유파가 형성되어 있고 효과가 좋다.

대만은 동씨침이 유명하며 침술치료를 신뢰하며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4.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주로 받아 체침을 주로 사용한다.

자체 침법은 없으며 체침 혹은 한국의 침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5. 한국은 유일하게 원리침으로 불리는 오행침법, 사암침법 체질침이 발달되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리침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있고 수족침, 곡운침법, 화침 등이 있다.


나는 설명을 하며 침술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했다.

"UFC(세계 격투기대회)에서 각종 무술들을 익혀 싸우지 않습니까? 그와 유사하게 침술 역시 질병과의 격투기이기 때문에 효과가 강한 침법을 구사해야만 치료가 빨리 됩니다.”

“아!! 그렇군요. 이렇게 치료효과가 분명한 침 치료는 처음입니다.”

그는 감탄을 하며 약처방을 부탁했다.     

그는 성격이 급하여 오전에 왔다가 오후에 약을 찾으러 왔다.

젊은 프랑스 부인과 함께 온 그는 종이를 한 장 내밀며 말했다.

“여기 적힌 11가지 약을 끊고 먹어야 하나요?”

나는 양약의 폭탄 리스트를 보자, 기가 막혔다. 양약을 이렇게 다양하게 처방해서 복용하는 경우는 처음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도 없었다. 단지 불면증과 위염, 역류성식도염, 호흡곤란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도 약 종류가 많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간호사인 픙은 원래 약사출신이었기 때문에 약 종류를 보고 웃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너무 심했던 것이다.

그녀가 양약의 리스트를 보며 설명했다.

“이 약을 복용하지 말고 한약만 드시면 됩니다. 안 드셔도 되는 약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와 프랑스 부인은 의아한 눈빛을 지었다. 그녀는 그들 부부에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약만 드셔도 됩니다. 여기 양약은 안 드셔도 됩니다.”


전문약사이며 간호사가 하는 말이라서 그는 이해가 되는 듯 알겠다고 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토록 많은 양약의 폭탄리스트를 들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양한 병증이 없는데도 왜 그렇게 11가지의 양약을 처방했을까? 

나는 나중에 약사출신 간호사인 픙에게 물어보았다.

“베트남에선 흔한 일이에요.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양약은 너무 많이 먹으면 폭탄이 되는 것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는 병증이 뚜렷한데도 수많은 양약으로 병증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질병치료는 단순 명쾌할수록 효과가 빠르다. 11가지 다양한 양약의 폭탄 리스트는 벼룩 한 마리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벼룩이 살 수 있는 짚을 제거하고 위생을 바뀌 주면 벼룩은 사라진다. 한약과 침술은 그런 몸의 환경을 바꾸며 질병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하는 자연요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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