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의술 22. 기본과 체계가 정립되어야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것이네.
의술을 공부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것이기도 했다.
승문은 산속을 헤매며 약초를 캐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스승의 가르침 이외에도 배울 것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산속의 개울가에서 가재를 발견하거나 똬리를 튼 뱀을 보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산은 거대한 생명체들의 도시와 같았다. 등산을 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산과 산에서 수행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산은 다른 것이었다.
승문에게 산은 거대한 생명체의 도시이며 캠퍼스였다. 수많은 생명체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산을 날아다니며 뛰어다니는 꿩이나 노루, 산토끼들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살모사 같은 독사들도 귀엽게 보일 정도로 친숙해져 갔다.
스승 청산거사는 의술뿐 아니라 주역과 음양오행도 강조했다.
“주역과 음양오행은 한의학의 기본이라네. 이 공부를 하지 않고 한의학을 한다는 것은 원리를 무시하고 체계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야. 태권도를 배우면서 품세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야. 무조건 발차기를 한다고 태권도가 될 수 없는 거야. 기본과 체계가 정립되어야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것이네.”
“반드시 주역과 음양오행을 공부해야만 하나요?”
“주역과 음양오행은 한의학의 뼈대이며 원리일세, 그것에 대해서 백번 강조를 해도 모자람이 있는 정도라네. 수학에서 공식이 있어야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듯 한의학도 주역의 원리나 음양오행의 논리학이 있어야 하는 것일세.”
처음에 승문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감이 되었다.
한의학의 모든 것이 주역과 음양오행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공부를 통해서 더욱 체계화되고 실전 의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스승은 침술의 입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몸에다 매일 침을 놓아야 해. 타인에게 침을 놓기 전에 그것은 반드시 우선해야 할 훈련이야. 자기의 온몸에서 침 멍이 들어야 하네. 그런 과정을 통해 어떤 통증이나 체질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어야 침술에 입문하는 거야.”
그는 승문에게 굵은 침을 주었다.
“예, 알겠습니다. 제 몸에 침을 놓겠습니다.”
그 침은 생각보다 많이 아팠다.
작은 침과 달리 침 굵기가 두꺼워서 악소리가 날 정도로 아팠다. 몸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승문은 멍이 든 몸을 영광의 상처로 받아들였다.
“자네의 열정과 인내심이 정말 대단하네.”
그는 승문의 실전 침술입문을 정식으로 축하했다. 그는 가만히 승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자네가 맞는 조선의 침술은 통증이 심하다네. 몸에 멍이 들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은 맞기가 힘이 든다네. 그렇게 실전훈련을 쌓는 모습이 참 대단하네.”
승문은 그의 말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통증은 아무리 강해도 참을 수 있습니다. 진실로 중요한 것은 효과입니다. 제가 효과를 빠르게 낼 수 있다면 통증은 참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