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동원의 체계 11. 주역과 사주, 관상, 한의학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승원은 미래를 위한 결단을 하기로 했다.
옛 성인들이 그랬듯 주역을 했다. 괘상주역으로 괘를 뽑았다.
천뢰무망괘가 나왔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수행을 해야 한다는 점괘였다.
승원은 결단을 내렸다.
입산수도를 위해 대학을 휴학했다. 당시로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대학을 휴학하면서까지 수행을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었다. 자칫 대학중퇴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주역을 한다는 것은 그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쾌상이 나쁘게 나와도 그 결정을 따라야 했다.
불투명한 미래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은 절대로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주역의 쾌상을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승원은 여러 대가 선생님을 찾아서 인사를 했다.
주역대가와 사주대가, 관상대가 선생님들께 인사를 올렸다. 그들은 묵묵히 승원을 격려했다.
특히 주역과 사주의 대가 김용길 선생은 결단을 강하게 지지해 주었다.
그는 승원의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
“이렇게 공부하는 시기는 남자들 군대 가서 보내는 3년 세월보다 훨씬 값질 것이오. 나도 젊은 시절 그렇게 깊은 산속에서 공부를 했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학문적 성취는 없었을 것이오.”
승원은 그의 예지력을 믿었다.
그가 통변해준 사주는 정확했고 사주학의 깊이를 한 번 더 일깨워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의리주역의 대산 김석진선생과 쾌상주역의 탄허스님을 비교하며 말했다.
“대산선생은 주역의 한자풀이를 했고 탄허스님은 주역의 쾌상풀이로 한국의 미래를 예언했소. 그들을 따르는 제자는 많지만 과연 누가 더 실용적이며 한국인의 의지에 희망을 심어주었겠소?”
“저는 당연히 한국이 21세기 세계에 정신문명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탄허스님의 예언이 실용적이고 미래의 예측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산 주역은 많은 이들을 주역연구로 끌어들였지만 주역을 점술서가 아니라고 단정하니, 한문 공부에 그친 것 같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소리요. 탄허스님과 그의 제자가 주역으로 한국의 미래를 예언한 것은 참으로 탁월한 혜안이지 않겠소. 앞으로 그렇게 주역쾌상 연구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오.”
승원은 그의 말에 더욱더 큰 힘을 얻었다.
승원은 배낭여행 가듯 짐을 꾸리고 금정산으로 들어갔다.
그곳을 간 이유는 금정산은 우리나라의 금기가 뭉쳐진 4대 명산이었기 때문이었다. 금강산과 금오산, 금정산, 금산은 대한민국의 중추이며 뼈대로 명산으로 불렸다.
승원은 금정산 중에서도 유명한 명당터를 찾아갔다.
그곳은 청룡이 산다는 청룡동굴이었다.
승원이 금정산을 오르는 첫날은 부슬부슬 비가 왔다. 밤 10시경 산을 오를 때 두려움이 밀려왔으며 전율감이 들었다. 승원은 밤 1시가 넘은 시간에 미군용 침낭으로 동굴에서 잠을 청했다. 그다음 날부터는 명상과 공부에만 집중했다.
그곳은 인적이 완전히 끊어진 곳이었다. 인간의 기척이 완벽하게 없는 공간에서 홀로 남겨진 것이었다. 처음 일주일은 두려움과 공포가 뒤섞인 밤을 보냈다.
그 후 일주일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승원은 특별한 깨달음을 깨쳤다.
주역의 64 쾌상을 외울 수 있었고 쾌의 변화를 읽었다.
대자연의 법칙과 우주의 변화가 어떻게 64쾌에서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눈을 감으면 64쾌 384 효가 뇌리를 맴돌았다.
밤에는 하늘의 별을 보며 주역의 쾌상을 그릴 수도 있었다.
사주학에서도 놀라운 학문적 진전이 있었다. 가장 난해한 적천수를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맑아지고 문리가 터졌다.
그뿐 아니었다.
명상을 하는 중에 산의 웅장한 기운이 들어오는 경험도 했다.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푸른 하늘처럼 맑아졌다. 그전에는 상상도 못 하는 세계가 보이고 느껴졌다. 그곳에서 삼 개월을 보낸 후는 변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과거의 기억들이 정화가 되어 사라졌다. 온갖 분노와 원망, 고통의 기억들이 사라졌다.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학문적 성취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의역동원의 체계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의역동원은 의학과 역학의 뿌리는 같다는 뜻이다.
세속에서 배웠던 주역과 사주, 관상, 한의학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진주구슬을 하나하나 꿰어 의역동원의 원리라는 보물을 만드는 과정과 같았다.
깊은 산속 동굴에서 명상을 하며 연구를 하자 그 이치가 더욱더 심오하게 깨달아졌다.
마치 우주의 신비한 기운이 승원에게 쏟아진 것 같았다.
주역의 쾌상으로 진단이 이뤄지며 사주로 체질을 알게 되었다. 또한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병증과 체질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승원은 순수한 희열에 휩싸이는 경험을 했다.
그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지만 충만했고 희열에 넘쳤다. 동양철학과 현실의 연결고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운명이 곧 자신이 만든 현실이며 자신이 곧 우주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