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질병 치료에 관한 인식의 벽

만성체증에 의한 우울증 12. 한의학적 치료가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by 백승헌

한동안 승윤은 수진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는 않았다.

어느 날 오후, 한의원에 한 중년 여성이 찾아왔다. 그녀는 조용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원장님. 제 딸, 기억하시죠? 3년 전 우울증 치료받다… 병원에 입원을 시켰던 아이요.”

승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네… 기억합니다.”

“그때 아이가 여기서 치료를 받을 때는 좋았죠. 여기 치료를 중단한 후 우리 딸은 한 번도 밖에 나오지 않고 있어요. 정신적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요.”

수진은 문 너머에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여성은 절망과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당신은 좋은 의사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왜 우리 딸은 아직도 낳지 않고 망가지고 있죠? 그때 이후로 점점 나빠지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되죠?"

“지금 따님의 상태가 그렇게 나쁜 가요?”

“상태가 아주 악화되었어요. 그런데 요즈음 선생님은 유명세를 탔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좋다고들 하더군요. 그런데 왜 내 딸은 그렇죠?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요.”

그녀는 당시의 상황을 잘 알면서도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승윤은 담담하고 냉철하게 말했다.

“환자의 아빠가 그렇게 완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면 좋아졌을 겁니다. 제가 당시에도 말씀드렸습니다. 만성체증에 의한 우울증이라고요. 그건 정신과 치료는 한계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잖습니까? 한의학적 원인 치료가 가장 효과가 빠르고 좋습니다.”

“그건 알아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애아빠는 완고해요. 어떻게 해요?”

“설득을 하세요. 당시 치료를 받을 때는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따님도 참 좋아했죠. 꾸준히 치료를 했더라면 지금쯤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겁니다."

"만약 애아빠를 설득해서 다시 데려오면 치료를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건 당연하지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습니다. 설득을 하시고 언제든 데려오시면 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돌아갔다.


그날 밤, 승윤은 업무가 끝난 후에도 한의원에 혼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은 중요치 않았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환자를 끝까지 돌보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팠다. 그 환자의 아빠가 완고하게 치료를 반대하던 것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들 모녀는 뒤늦게 다시 치료를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환자의 아빠는 완강히 반대했다.

승윤은 결과적으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말을 듣고선 마음이 울적했다. 왜 환자의 아빠가 그렇게 반대하는지는 이해가 안 됐다.

분명히 좋아지고 있고 환자와 그 어머니는 희망에 가득 찼다.

그런데 환자 아빠가 지닌 질병치료에 관한 인식의 벽이 문제였다.

'한의학으로 어떻게 우울증을 고칠 수 있나?'

그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았다. 승윤은 세상의 모든 환자를 다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병의 원인이 뚜렷하고 고칠 수 있는 환자를 못 고치고 보낸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며칠 후, 수진은 승윤을 위로하기 위해 한의원을 찾아왔다.

잠시 엿들은 것만으로는 어떤 상황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승윤이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 추정했다. 실제 승윤을 마주하자 그녀의 예감이 맞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어딘지 무겁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수진은 정성스럽게 쓴 메모를 보여주었다.

“내 마음을 만져주는 사람은 처음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승윤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를 보고 수진은 또 다른 작은 메모를 보여주었다.

“선생님의 침술과 한약이 저를 살렸어요. 힘내세요.”

승윤은 가만히 지켜보며 웃었다.

수진이 다녀간 후에 승윤은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이전보다 더 차분하고 섬세해졌다. 침을 놓는 손끝에는 묘한 확신이 깃들었다. 환자들은 예전보다 더욱 신뢰를 보였다. 특히 서양인들은 그의 침술에 열광했다.

통증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침술이면서도 효과가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찬사를 보냈고 입소문이 일어나서 대기실엔 유럽인들이 많았다.

수진은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작은 감정을 키워갔다. 마음속에는 그의 존재로 인한 잔잔한 파문이 일어나며 전신을 타고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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