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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Dec 23. 2023

겨울에 핀 개나리


 겨울엔 아무리 일거리를 만들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꽃밭은 보온덮개천을 뒤집어쓴 채 얼음 땡이 된 식물들이 숨죽이고 있고,

 조금 나으리라 생각한 썬룸도 영하 1~2도를 오르내린다. 무가온 아니고 7핀짜리 라디에이터를 타이머 맞춰놓고 가동하는데도 그렇다.

 미니 온실을 사다가 썬룸에 넣어 이중 보온 조치를 하는데도, 라디에이터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진다.

 주택 이사 와서 첫 겨울이니 얼마나 어떻게 월동이 가능할지 짐작이 안 간다.

 영하의 날씨에 파종도 하고 삽목도 해보지만, 봄만큼 신이 안 난다. 싹도 늦게 나고, 삽수 뿌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 당연하다. 발아 온도가 있고, 삽목이 잘 되는 온도가 있는 법이다.

 화원에서 산 미니 사계 장미도 일찌감치 꽃대가 쳐지길래, 뿌리 나누기(랄 것도 없다. 화원 장미는 풍성하게 보이려고 여러 개를 한 화분에 모아 심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를 하려고 창고에 있는 흙을 가지러 갔더니 꽁꽁 얼었다. 녹으라고 썬룸에 넣어뒀다가 녹은 다음에 나누어 심어 주었더니 화분 하나가 다섯 개로 늘어난다. 미니 장미는 삽목한 필요도 없겠다.

 여강길 8코스 간 날이 12월 7일이다. 신내천 쪽으로 걷다가 차가운 겨울 날씨에 잎 다 떨구고 움츠리고 서있는 개나리를 보았다.

 이 계절에 바싹 마른 듯한 개나리가 삽목이 되기야 하겠냐 싶으면서도 몇 가지 꺾어서 데리고 왔다.

 안 되겠지 하면서 물꽂이 설치하고 개나리 가지를 꽂아두고, 설거지할 때마다 들여다보았다.

 보름이 지났을까, 물 속 가지 곁에 뿌연 물질이 조금씩 삐져나왔다. 뿌리가 날려나.

 손녀가 유치원때 가지고 왔던 홍콩 야자 삽수도  뿌연 물질(수액?)이 나오더니 뿌리가 났다.

 그런데, 개나리 물 밖 가지에도 눈 부분이 연두빛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노랗게 꽃이 필 기세다.

 드디어 오늘 활짝 핀 개나리꽃을 만났다.

 봄에 피는 개나리가 겨울 동안 쉬고 싶을 텐데 깨워서 미안한 마음이다.

 여름 꽃밭에서 피는 한련화, 비덴스,메리골드, 란타나도 썬룸에 집어넣고 계속 꽃 피게 해서 미안하다.

 임파첸스는 거실에 두었다.

 원산지가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인 다년초 식물이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때문에 일년초로 취급받는 것들이 꽤 있다.

 그런 식물들도 온도만 잘 맞춰주면 사계절 피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겨울이 끝나려면 아직도 몇 달이 지나야 하는데, 개나리꽃 보고 뿌리 나는 것 보면서, 실내에서 피어주는 꽃들을 보면서 참고 지내야겠다.

 겨울은 꽃과 풀과 나무와 꽃순이들의 휴식 기간~

 하지만 꽃순이 마음은 사부작사부작 꽃놀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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