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5코스 영랑호 둘레길
아직 남쪽 꽃소식이 부진하다. 통도사 홍매화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하고 당일 속초 여행으로 돌렸다.
미세먼지가 봄날 여행지를 동쪽으로 선택하게 만든다. 동쪽을 빼고는 전국이 뿌옇다.
속초 영랑호는 양간지풍에 의해 큰불( 2019년 4월)이 났던 그해 6월에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리고 22년 1월에 다시 방문한 기록이 있다.
봄은 오고 있으나 속도가 느리다. 볼에 느끼는 바람은 이미 따스한데, 영랑호 한 바퀴를 다 돌아도 봄꽃은 만날 수 없었다. 싹이 나고 꽃눈이 뜨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하지만 파란 하늘은 그대로 내 눈으로 내 마음으로 쳐들어와 나를 말갛게 정화시켜주었다.
영랑호 리조트 주변에 주차를 하고, 범바위 부근에서 출발하였다.
걷기길 안내판이 요란하다.
목련이 눈을 뜨기 시작한다. 뽀송한 솜털로 둘러싸인 꽃눈이 마치 붓을 닮은 듯하여 목련의 꽃눈을 목필(木筆)이라고 부른다는 블로그 이웃님의 글이 생각났다.
범바위가 범처럼 엎드려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순찰 중인 경찰차.
생각지도 않은 선물. 설악산은 아직 설산이다. 얼마 전에 온 눈이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가 되었다.
벚꽃은 언제 피려나. 사람 많은 강릉 경포대 말고 이곳으로 와서 벚꽃 구경해도 좋겠다고 남편이 한 마디 한다. 벚꽃길이 장관일 것 같다.
호수는 호수대로, 바다는 바다 대로. 같은 물인데도 느낌이 다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그저 잔잔해지는 느낌이다. 아무런 걱정이 없이...
가끔은 이런 아기자기한 조경도 만난다.
2019년 화재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6년이 지났는데도 철거하지 못하고 있는 속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S 그룹, 한전, 개별 소유주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 어쨌든 불이 나기 전에 예방이 중요하다.
영랑호수윗길이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다. 한 바퀴 돌고 난 다음 건너가 보기로 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사람이 등장하면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 풍경만 있으면 자연이지만, 사람이 등장함으로써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산불이 난 후 복구 현황 안내판을 올려본다. 불나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불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핵석에 대한 설명을 옮겨보면, '양파 껍질 벗겨지듯이 둥근 모양으로 풍화가 진행되어 알맹이만 남은 암석'이란다. 건물을 지을 때 핵석을 그대로 두고 건축과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도록 계획하여 지었다고 한다.
공룡머리 형상
영랑호 이름의 유래가 된 신라 화랑 영랑과 관련된 조형물.
침엽수 그늘이 시원하다. 한여름에도 걷기 좋은 길일 것 같다.
2019년 방문했을 때 처참했던 소나무와 영산홍이 어우러진 길은 제법 회복되어 그때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다행이다.
영랑호둘레길도 해파랑길 45코스의 일부 구간이다.
영랑호수윗길을 완전히 건너가서 A 코스로 되돌아오기에는 무리인 듯싶어서 절반쯤 걷다가 돌아왔다.
설악산 전경 사진과 비교해 보기.
아직 눈이 남아있었다. 다시 눈이 온다니 이 눈 녹기 전에 또 눈이 쌓이겠다.
8.3km, 두 시간 동안 걷고, 외옹치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