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세월을 지켜온 나무
용문사 은행나무의 나이는 약 1,100살로 추정된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하여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데, 용문사 은행나무는 암나무로 지금은 그 수세가 약해진 편이지만 매년 약 350kg 정도의 은행을 생산할 정도였다니 오랫동안 용문사의 살림에도 보탬이 되어준 나무가 아니었을까 싶다.
천년이 넘은 나무인 만큼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은데,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 잃고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심었다고 하기도 하고,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심었다는 설도 있다.
구한말에 일본군이 의병들을 살해하려고 용문사에 불을 지른 일이 있었는데, 이 나무만은 불에 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랜 세월 용문사 입구를 굳건히 지켜낸 천왕목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고.
나라에 큰일이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소리를 내거나 가지가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고도 한다.
제대로 물든 모습을 제때 찾아가기가 쉽지 않지만 가까이 살면서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날짜를 재고 있다가, 때맞추어 은행잎에 단풍이 잘 들었을 때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너무 오래 살아서 힘들어 보였을까, 42m나 되는 큰 키에 그리 풍성하지는 못한 노란 은행잎을 달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시 생각하니 그건 애처로움이 아니라 존귀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백 년도 채 살아내지 못하는 인간의 가슴으로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온갖 세상의 풍파를 역사의 소용돌이를 모두 지켜보았을 큰 나무에 깃든 <인내와 헤아림과 보듬음>이 뻗어나간 나뭇가지 사이사이, 15m에 이르는 나무 밑둥 속에, 그 웅장한 자태 속에 촘촘히 혹은 은근히 배어 있으리라.
이리도 살펴보고 저리도 살펴보고 위로도 찍어보고 아래로도 찍어보며 나무에게 말을 걸어본다. 천년도 더 살아온 나무에게 백 년을 미처 살아볼 엄두도 내지 못해보는 내가.
그저 아름답게 단풍 든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렇게 서 있는 게 아닌 거라고. 지금껏 살아온 가치 있는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서 있는 거라고.
어떤 사람들은 소원을 쓴 작은 종이를 은행나무 울타리에 걸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 단순히 추억거리를 위한 이벤트로 하는 놀이일 수도 있지만 이 은행나무의 존귀함을 깨닫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할머니 은행나무 곁에 자손 은행나무일까. 몇 살이나 먹었을까. 저 나무도 할머니 은행나무만큼 오래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