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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Jul 16. 2023

조금만 더 걸으면 네 눈물을 구워줄게       

연명지


오래전 켈트족은 

산티아고 길을 걷는 누군가의 눈물을 가져가 길 속에 묻어주었다


모든 방식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눈물을 사랑한 켈트족 

여러 갈래의 팔로 이방인들을 부르고 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네 눈물을 구워줄게


누군가를 보내주기 위해 길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 

아프다는 말을 수습한 길은 부풀어 올라 작은 무덤이 되고 오후 3시가 되면 순례자들과 마을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른 봄에 내리는 가시비를 불러 수만 그루의 엄마인 길을 향해 떠났어 어둠을 끌어 덮고도 깨어있는 길을 만나면 눈물을 묶어보려고. 


제 속살 서로 부딪치며 멍드는 침묵을 귀가 큰 길을 만나 조심스럽게 건네주었어 아주 오래전부터 시들지도 늙지도 않는 눈물을 먹어치운 무덤들이 성스럽게 이어지는 길, 그리움이 길어 그 먼길을 다시 가게 되는 산티아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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