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데이트 폭력의 구조적 원인과 현명한 대응
데이트 폭력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데이트 폭력은 특별한 뉴스거리가 아닌 일상화되어 가는 추세다. 일 평균 40건 정도 발생하면서 폭력 수위도 점차 극단화되고 있어서 딸을 둔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MZ 세대에서 데이트 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게임, 영화 등 폭력물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서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향을 끼쳤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닌 듯하다. 폭력물 노출은 MZ 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의 이슈라는 생각 때문이다.
데이트 폭력 이야기에 앞서 극단적인 폭력의 구조적인 원인을 먼저 살펴보자. 단순 폭력에 비해 극단적인 폭력의 원인은 오히려 단순하다. 우리는 극악무도한 살인과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무섭고 야수 같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연쇄 살인범을 잡고 보면 사람들이 생각했던 모습과 달리 조용하고 평범한 인상이 대부분이다. 평소에 조용하고 남들에게도 친절해서 이런 범죄를 저지를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진술이다.
일반적으로 소심하고 착한 사람들의 비이성적 마음에는 오히려 반대로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소심하고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자신을 억제하면서 타인에게 친절한 것이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마음에는 친절함으로 눌러놓은 불만, 불평, 폭력성이 가득하다. 이런 내면의 억눌림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혼잣말을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
소심한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마음에 잠재해 있는 폭력성을 깨우는 트리거는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다. 그때 비이성적인 마음에 사로잡히면서 억제되어 있던 폭력성이 강하게 분출된다. 이런 폭력성이 바로 엽기적인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자기 긍정성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쩌다 타인의 무시 발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긍정성이 없는 사람에게 타인의 무시 발언은 내면의 야수 본성을 튀어나오게 한다.
영화 기생충은 소심한 사람이 어떤 과정을 통해 극단적인 폭력에 순간적으로 사로잡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택은 가난하지만 사이좋은 가족의 가장이다. 기택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밑바닥 인생이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산다.
우연한 기회에 동익의 운전기사로 취직한 기택은 동익으로부터 무시와 멸시의 감정을 느낀다. 감정의 트리거는 냄새였다. 기택에게 나는 반지하의 쾨쾨한 냄새는 기택의 정체성이자 가난의 바라보는 부자들의 무시·혐오였던 것이다.
동익과 연교는 기택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코를 찡그린다. 하지만 열등감을 억누르면서 동익의 차를 몬다. 이렇게 쌓여있던 무시의 감정은 동익의 파티에서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한다.
딸 기정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아들만을 살리겠다며 차 키를 찾는 동익의 이기적인 마음과 차 키를 찾는 과정에서 코를 찡그리는 동익의 모습을 보고 기택은 억눌렀던 무시당한 감정이 폭발한다. 무시의 감정이 기택을 극단적인 살인자로 몰고 간 것이다.
극단적인 폭력이 일어나는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서 알아봤다. 그렇다면 이성과의 데이트에 임하는 남녀의 서로 다른 심리를 알아보자. 폭력의 구조적 원인과 데이트에 임하는 남녀의 심리를 잘 조합해 보면 데이트 폭력의 원인에 좀 더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다.
남녀 데이트에서 맨 처음 이루어지는 신체 접촉은 손잡기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으면서 '너는 내 거야'라는 생각을 한다. 남자의 손잡기에는 소유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여자는 '나는 너랑 친한 관계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손을 잡는다.
내 소유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부정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가려고 하면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해 보자. 내 소유로 남게 하든지 내 소유로 남길 수 없다면 부숴 버리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연인이 헤어지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비율이 남자가 월등히 많은 이유도 연애 기간에 남자가 여자를 소유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와 달리 여자는 소유가 아닌 관계로 접근하기 때문에 기존 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관계로 진입하는데 부담이 없는 것이다.
아울러 MZ 세대의 연애도 한번 쓰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의 개념이 스며들고 있다. 쿨하게 만나고 쿨하게 헤어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패스트패션화의 개념은 비이성적인 마음에 영원한 소유를 꿈꾸게 만든다.
평소에는 쿨한 관계로 지내다가 갈등과 다툼 그리고 무시의 감정이 트리거가 되면 비이성적 마음에 사로잡힌다. 이성적 마음이 지배할 때 툭툭 던지던 쿨한 말들이 비이성적 마음이 지배할 때는 독이 될 수 있다. 쓰레기 취급을 하며 이제 그만 만나자, 다른 남자 생겼어 등은 쿨한 연애를 즐기던 연인들이 평소에 하던 이야기 일 수 있다.
하지만 남자가 비이성적인 마음에 휩싸여 있고 영원한 소유 개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를 떠나려는 상대를 부숴버려서라도 내 곁에 두고 싶다는 비이성적 마음이 올라온다. 더더욱 자신을 폐급이라고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무시는 폭력을 부르고 영원한 소유 개념은 소유물을 파괴하려는 충동을 부채질할 수 있다.
부모들은 지금까지 설명한 폭력의 구조적 원인과 남녀의 연애 심리를 잘 이해한 후에 자녀가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적정한 지도와 조언을 해줘야 한다.
일단 소심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을 무시로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아무리 상대 연인이 실제 쿨하거나 쿨한 척을 해도 함부로 연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말을 함부로 뱉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쿨한 사람의 비이성적인 마음에는 영원한 소유가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부모들은 데이트 폭력 기사를 접하면 자녀와 같이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어 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남자들의 비이성적인 마음을 잘 이해시키면 금상첨화 일 듯하다. 왜냐하면 데이트 폭력은 감정이 폭발하는 비이성적인 마음에 사로잡혀 있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