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나 지인들 모임에서 T.V 시청을 하지 않는다는 부모들을 가끔 만나곤 한다. 이유는 자녀들의 공부나 학습을 위해서다. 열혈 학부모 중에는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유튜브, 게임 등을 원천 차단하는 부모들이 있다. 자랑처럼 말을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뭔가를 금지시키면 내면의 결핍이 되고 결핍은 욕망을 만들어 낸다. 심리적 관점에서 보자면 금지보다는 적절한 노출을 통해 호기심을 누그러트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아이에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라면 먹는 것을 자제시키면, 아이는 라면에 대한 내적 결핍이 생기면서 라면을 먹고 싶다는 끝없는 열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열망을 없애 줄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일주일에 한 번 원 없이 라면을 먹게 해주는 것이다. 하루에 열 개를 끓여 먹어도 된다고 허용해 줘 보자. 한두 달이 지나면 라면에 물리게 되고 라면을 먹고 싶다는 열망도 사라진다.
부모가 유해하다고 생각되는 유해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원리가 작용한다. T.V 시청이나 스마트폰을 원천 차단하면 친구들과의 대화나 소통에 끼지 못하고 은근한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 사용을 허용하되 원칙을 정해서 허용을 줄 필요가 있다.
물론 원칙을 정했지만 어린 자녀들이 약속을 어기기 일쑤다. 그래도 원칙을 상기하면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자. 자녀들도 부모와의 약속을 지켜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어 한다. 자녀가 결핍을 느낀다고 생각되면 하루 날을 잡아서 무제한 T.V 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해 줘 보자. 아이마다 호기심의 그릇도 다르고 절제력도 차이가 난다. 여기서 핵심은 호기심 그릇을 적절하게 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게임에 빠져있거나 유튜브에 빠져 있는 자녀를 보면 걱정이 태산이다. 공부는 안 하고 게임에 빠져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는가? 게임에 중독되어 중요한 고등학교 때 공부에 소홀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다. 외출하고 집에 왔는데 공부는 안 하고 게임하고 있는 자녀를 보면 울화가 터지는 부모들이 많다. 심지어는 분에 못 이겨 일방적으로 PC를 끄거나 PC를 집어던지는 부모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춘기 자녀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이런 방식의 대응은 반감만 불러일으키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독서실에서 공부한다고 하고 PC방에 가서 하루 종일 게임을 한들 어쩌겠는가? 부모가 자녀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런 부모들에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게임이나 유튜브에 몰입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호기심과 집중력이 뛰어난 편이다. 호기심은 모든 학문과 모든 행동의 동인이다. 부모가 자녀의 호기심의 잘 파악해서 호기심과 자녀의 꿈을 잘 연결시켜 주면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아울러 몰입은 학습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몰입을 잘하는 학생들은 뭐를 해도 잘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 몰입의 대상이 학습이 아니라 게임일 뿐이다.
유해물에 대한 인위적인 차단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어릴 적 특정 유해물을 전면적으로 차단하여 결핍이 내면화되면 성인이 되어 사회의 금기에 대한 절제되지 않은 욕망에 사로잡힐 수 있다. 내면화된 결핍은 상상의 도파민을 무한대로 만들어 내면서 욕망을 자극한다.
무의식 속 내면의 결핍은 성인이 되어서 사회에서 금기하는 변태 섹스, 도박, 마약 등에 본능적으로 끌려 들어갈 수 있다.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이방인이 될 수 있다. 교육을 위해서 부모가 신념을 가지고 실행한 부모의 음란물 차단이 오히려 상상 속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내면의 결핍이 되어 영원히 꺼지지 않는 욕망을 만들 수 있다.
욕망의 특성상 실행에 옮기면 욕망은 사라진다. 하지만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욕망은 상상 속으로 넘어간다. 상상 속 욕망은 무한대의 힘을 가지고 도파민을 분출하면서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부모들은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위해서 유해물을 원천 차단하지 말고 차라리 무제한적인 허용의 유익한 방법을 써보자. 일 년만 무제한적 허용을 해보라. 그게 뭐가 되었든 6개월 안에 관심이 시들해져서 알아서 절제가 된다. 그게 인간의 마음이고 호르몬의 작용이다. 유해물에 과도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하게 노출시켜 주자.
사실, 유해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적절하게 오염되는 게 좋다. 학교와 사회는 오염되어 있는 5급수 물인데 아이를 1급수 물에서 키우면 안 된다. 1급수에서만 자라서 세상의 오염에 적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학교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찌질이라 부르면서 은따와 왕따의 표적이 된다. 자녀가 정신적인 충격 없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오염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이것이 사회화 과정이다. 유해물에 대한 접근도 사회화 과정의 일환으로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