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반항하는 자녀보다 순종적인 자녀가 더 위험함

by 아남 카라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첫째는 모범생이고 고분고분 말도 잘 들었는데, 둘째는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 너무 힘이 들어요. 하루하루가 전쟁이네요", "첫째 딸과는 사춘기 전쟁을 치렀는데 둘째 아들은 별문제가 없어요. 근데 요즘 왠지 집중을 학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반항하는 자녀가 순종적인 자녀보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합니다. 순종적이고 말 잘 듣는 자녀가 더 문제랍니다. 부모에게 정신적으로 함몰되어 마음의 장애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라는 말에 놀라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자녀의 행동과 마음을 조금만 신경 써서 살펴본다면 바로 이해가 될만한 이야기다.


사춘기는 성인이 되기 위한 홀로서기 연습 과정이다. 사춘기를 잘 보내야 건강한 성인이 된다. 자녀가 사춘기를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도록 현명한 심적 배려를 해줘야 한다.


사춘기 때 자신의 입지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치열하게 부모와 투쟁한 자녀는 정신적으로는 건강하다. 부모와 자식 간에 마음의 상처가 남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서로 적당한 선을 찾게 되고 갈등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깊게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반항하고 치열하게 투쟁하는 사춘기 자녀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살길을 찾으려는 자기만의 방법인 것이다. 부모가 조금만 자녀를 이해해 주면 시간이 지나 모든 게 잘 정돈된다.


잘 크고 있다고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있는 순종적인 자녀의 행동과 마음을 다시 한번 잘 살펴보자. 교우관계, 학교생활, 자존감, 자율성, 행복감, 불안증, 강박증, 수동적 반항 등의 지표를 생각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면 자녀의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파악이 어렵다면 상담 센터를 통해 가볍게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좋다.


순종적인 자녀들의 이슈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내향적 성격의 장남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에서 첫째는 미숙한 초보 부모의 억제되지 않는 기대와 요구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라도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외향적인 자녀는 부모와의 갈등을 통해 부모의 기대와 요구를 적당한 선에서 수용하는 타협점을 만들어 낸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 살길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극적이고 자기주장이 약한 첫째의 경우에는 부모의 끝없는 기대와 요구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를 만족시키고 기쁘게 해주려고 애쓰다가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착하고 모범적인 첫째가 돼가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임계치를 넘어가면 우울증과 신경증 등이 찾아온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다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면 우울증이 찾아오고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강박이 심하면 신경증이 온다. 보통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는 경우가 많고 대학교 때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마음의 병이 심하게 와서 학업 등을 모두 중단해야 하는 경우나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병원에 갈 정도로 심한 경우가 아니어도 부모에게 수동적인 불만과 반항이 깊게 자리한 경우가 많다.


소극적인 첫째들을 잘 살펴보면 성인이 되어 부모와의 관계가 안 좋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 부모의 기대와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심적으로는 매우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반항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거나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꾹꾹 참은 것이다, 마음에 불만과 반항이 쌓여있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서 부모와 같이 있거나 대화하는 것이 왠지 불편하다. 부모와 이야기하다 자기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본인도 마음 깊숙이 쌓여있는 불만과 분노를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여있는 심적 불편함과 결혼 후의 갈등 등이 겹치면 부모와 의절하거나 관계가 서먹서먹 해지는 경우가 많다.


첫째가 반항적으로 사춘기를 보내면서 전쟁 같은 집안 분위기를 경험한 소극적인 둘째 자녀가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는 위해 자신의 사춘기 충동을 억제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본능과 욕구를 억누르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거나 저 강도의 불안, 강박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냥 집중을 못 하고 힘들어하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참고 억누르는 힘든 감정을 해소시켜주지 않으면 평생을 불안증과 강박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평소에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불안증, 틱장애, 주의력 결핍 등을 보이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급한 사례들은 부모 말을 잘 듣고 말썽을 피우지 않고 사춘기를 문제없이 잘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극적인 자녀에게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심적 공간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거칠게 반항하는 자녀는 마음과 정신이 건강하다. 내적 자존감과 독립성을 가진 건강한 성인으로 잘 커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부모 마음이 힘들고 배신감이 들겠지만 생각을 바꿔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부모에게 함몰되거나 자신을 억압해서 평생 마음과 정신의 장애를 갖고 살아가지 않으니 얼마나 기쁘고 다행한 일인가.


이 글을 보고 있는 사춘기 부모에게도 "반항하는 자녀보다 순종적인 자녀가 더 위험하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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