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얼굴은 삶의 필수 재화로서의 돈이다. 돈은 모든 유·무형의 재화, 서비스와 교환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다. 돈이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돈이 부족하면 불행해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사람들은 일상적인 생활의 유지, 자녀의 교육, 가족의 건강, 은퇴 이후의 풍요 등을 위해 돈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가족의 경제적인 안정과 미래 계획을 위해 필요한 돈은 필수 재화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얼굴은 욕망 재화로서의 돈이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풍요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이유로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은 타인에게 성공의 증표로 부자의 상징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돈이 가지는 사회적 권력을 위해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소수이기는 하나 상대 이성의 섹스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필수 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자산관리가 필요하고 욕망 재화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 관리가 핵심이다. 결국 돈이 가지는 야누스적 이중성은 우리로 하여금 자산관리와 마음 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함을 보여준다.
자산관리는 잘 되었지만 마음 관리가 안 된 사람은 욕망에 함몰되어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마음 관리가 잘 되었지만 자산관리가 안 된 사람도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야누스적인 돈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모순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필수 재화로서의 돈은 우리의 육체적·심리적 욕구 충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욕구 충족은 우리가 삶을 살면서 마주하는 현실적이며 실존적 이슈다. 돈이 부족하면 삶 속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나 안전이 위협받는다. 배움을 포기해야 해야 하고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은퇴 이후에도 노동시장에서 머무르는 고단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
필수 재화로서의 돈의 규모는 가족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적정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한 저축 활동과 투자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자산관리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활용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필요로 한다. 필수 재화에 대한 자산관리의 핵심은 검소한 생활, 규모 있는 소비, 건전한 투자 마인드, 스마트한 자본주의 시스템 활용 등이다.
검소한 생활은 최소 자산으로도 행복함을 유지할 수 있는 황금열쇠이다. 검소함이 결여되면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현금흐름은 (-) 상태일 가능성이 많다. 평소에 검소함을 유지하는 사람은 다양한 경제적 위기에 물질적·심적 대응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자녀가 행복해지길 기원한다면 반드시 검소함을 몸에 배게 해줘야 한다.
다음은 규모 있는 소비다. 규모 있는 소비는 소득 수준을 감안한 소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100의 소득이 있다면 70 정도에서 소비를 하는 것이 규모 있는 소비로 보인다. 70을 넘는다면 냉정하게 규모 조정을 해야 한다. 규모 있는 소비는 부모가 자녀에게 생활 속에서 보여줘야 한다.
자녀는 부모를 보고 배운다. 규모 있는 소비를 하지 못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하면 평생 불화와 다툼이 생길 수 있다. T.V에서 가끔 보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상대 배우자를 탓한다. 자신은 꼭 필요한 돈을 쓴 것뿐인데, (-)가 나는 것은 배우자의 소득이 적어서란 것이다.
건전한 투자 마인드는 경제적 관점과 윤리적 관점이 균형을 이루는 투자 마인드를 말한다. 자본시장 투자를 지나치게 윤리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자신과 타인의 투자 행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건전한 투자시장 조성을 위해 감독기관은 악의적인 투기자를 처벌하고 있다. 투기에 대한 판단과 처벌은 감독기관에 맡기고 타인의 투자를 투기라고 판단하고 비난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스마트한 자본주의 시스템 활용은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자본주의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활용은 '돈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아빠는 왜 점점 가난해지는가?', '바람처럼 왔다가 안개처럼 사라지는 유동성' 등 다른 글에서 다양하게 다룰 예정이다. 필요한 내용은 읽어 보면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 자산관리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검소한 생활, 규모 있는 소비, 건전한 투자 마인드, 스마트한 자본주의 시스템 활용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으로 욕망 재화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 관리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욕망 재화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마음 관리는 자산관리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자산관리 영역과 마음 관리 영역은 상반된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다.
자산관리는 높은 곳을 지향하는 공자의 군자 마인드가 필요하다면, 마음 관리는 낮은 곳을 지향하는 노자의 현자 마인드를 필요로 한다. 마음 관리는 자산관리 보다 10배는 더 힘든 것 같다. 노력의 영역이 아니라 내려놓음과 수양의 영역이라서 그런 듯하다.
"내가 욕망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키기"란 말에서 마음 관리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내가 욕망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욕망하는 것을 얻은 사람이 욕망하는 것에 함몰되지 않은 경우는 많지 않다. 현실에서 군자 마인드와 현자 마인드를 동시에 갖춘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을 보면 자산관리와 마음 관리를 동시에 이루어 내는 것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돈을 정복한 수많은 갑부들이 돈에 함몰되어 권태와 탐닉에 빠져드는 걸 우리는 자주 봐왔다. 또한 수조의 자산을 만든 사업가가 권태와 우울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만 봐도 욕망에 함몰되지 않는 마음 관리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을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라는 옛말이 있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두 가지 심리적 상태에 직면한다. 하나는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 권태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위치에서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이다.
권태는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과 연관되어 있다. 사업이 승승장구할 때는 도파민 분비가 왕성하지만 사업적 정체가 찾아오고 오고 큰 차이로 성장해 나갈 수 없으면 도파민 금단현상을 경험하면서 권태와 불안에 시달린다. 또한 사업의 정상에 선 사람은 시시각각 변하는 경쟁적 사업 환경에서 한순간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한순간에 나락에 빠질 수 있기에 항상 추락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살아간다.
총자산을 늘려가는 시기에는 행복감이 몰려오지만 자산규모의 정체기를 맞이하거나 자산 증대 전략을 수성 전략으로 바꾸면 도파민 금단현상을 겪으면서 권태와 공포 증상을 겪게 된다. 성공한 사업가가 도파민 금단현상을 겪고 있다면 자신의 자산 형성의 방법이 더 이상 뇌에게 자극을 제공하지 못한다고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분야를 개척해서 뇌에게 새로운 자극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자산관리와 마음 관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자본주의를 활용해야 하는 자산관리와 자본주의 욕망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마음 관리로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돈을 현명하게 관리해 보자. 특히 마음 관리는 자산 관리와 정반대의 접근이 필요한 어려움이 있지만 한번 잘 정립해 놓으면 모든 욕망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장점이 있다. 뇌와 도파민 분비의 관계를 잘 활용하여 돈이란 욕망에 함몰되지 말고 일상의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