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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남 카라 Oct 18. 2024

4. '남의 편'인 남편 때문에 갈등하는 부부들

  결혼한 여성들이 남편에게 가장 자주 느끼는 서운함 중 하나는 남편이 자신이 아닌 ‘남의 편’을 든다고 느낄 때다. 시댁에서의 불편한 상황이나 직장에서의 갈등을 남편에게 털어놓으면, 그 기대는 종종 실망으로 끝난다. 부인은 위로와 공감을 기대했지만, 남편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부인에게 돌리며 훈수를 둔다. 결국 대화는 위로가 아닌 갈등으로 번지고,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남편과 다툰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부인은 친구에게 전화해 하소연한다. "왜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하는지, 오늘 또 절실하게 느꼈다니까! 내가 직장 동료 때문에 힘들어서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은 마치 내가 문제인 양 말하더라. '너가 원인을 제공한 건 아니냐', '그렇게 하면 되겠니' 하면서 해결책을 내놓는데, 정말 속이 터졌어. 내가 해결책을 달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달라는 거였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이처럼 많은 부부가 대화 속에서 ‘남의 편’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 부인들은 남편이 자신을 지지해주길 바라지만, 남편들은 왜 자꾸만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며 '남의 편'을 드는 걸까? 이는 부부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세계관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다.


  인류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남녀의 세계관 차이는 수백만 년 동안 인류가 생존을 위해 분담해온 역할에서 기인한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생존을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대응해왔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남녀의 역할은 변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의 본능과 DNA를 지니고 있다.


  남성의 세계관 중심에는 외부 세계가 있다. 국가, 사회, 조직과 같은 외부 구조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독립적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남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자신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며, 외부 환경에 적응하려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문제를 개인화하기보다는 해결할 대상으로 인식한다.


  반면 여성은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주관적인 관계형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여성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문제를 대면할 때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타인의 지지와 동조를 통해 문제를 해소하려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 문제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인이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해결책을 원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동조해주길 바라는 행위다.


  이럼 세계관의 차이 때문에 남편과 부인은 종종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하게 된다. 남편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하려 하지만, 부인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공감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서로를 외계인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부부 싸움에서 예전의 서운함까지 모두 끄집어내어 언성을 높이고 다투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남편은 부인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문제를 해석하며 객관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려는 것에 불만을 갖는다. "왜 감정적으로만 반응하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지 않으려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부인이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공감을 요구하는게 비합리적으로 느껴지고 이해가 안된다.  이럴 때 남편은 자신이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과 결혼했나 자문하게 된다.


  부인은 부인대로 남편이 자신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한다. "내 이야기에 조금만 공감해주면 될 텐데, 왜 이렇게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나를 비판하려고만 하는 걸까?"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치 판사라도 된 것처럼 공정성을 들이대며 자신의 감정을 무시한다고 느끼면, 그 순간 모든 애정이 식어버린다.


  결혼 생활에서 이 ‘남의 편’ 문제는 실존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편이 자신의 세계관에 비추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한, 부인의 감정은 계속해서 상처를 받는다. 반면 부인이 자신의 감정적 요구만을 고집할 경우, 남편은 자신이 이해되지 못한다고 느끼며 관계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 갈등을 해결하려면, 서로의 세계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들은 부인의 주관적 세계관을 이해해야 한다. 부인이 공감을 원할 때는,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함께 감정을 나누어야 한다. 남편의 기준에서 문제를 바라보기보다, 부인의 세계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깊은 공감을 표할 필요가 있다. 큰 리액션과 감정적인 동조를 보여주는 것이 부인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부인들도 남편의 객관적 세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편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그것이 남편의 사랑 방식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남편은 부인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면 남편의 '남의 편' 같은 행동도 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부인은 자신이 원하고 기대하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남편에게 자신의 감정적 요구를 더 잘 설명해주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부부는 서로의 심리적 차이를 이해하고, 그 차이를 통해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남편은 부인의 감정적 요구를 받아들이고, 부인은 남편의 해결 중심 사고를 존중함으로써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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