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딘다.
8시 30분, 일찍 등원하여 다른 반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리반 유아들을 모아 한줄로 줄을 맞추곤 2층 계단으로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는 웅장한 발걸음과 나는 오늘 하루를 버텨줄 커피 한잔을 꼭 쥐며 앞장서 간다.
타다닥 교실의 불을 키는 스위치 소리와 함께 견뎌낼 오늘 하루의 장이 열렸다.
분주히 가방 정리하는 유아와 함께 "선생님 오늘 며칠이에요? 수첩 어디에 스티커 붙여요? 화장실 가도 되요?" 예상되는 질문들이 쏟아지면 나는 아무렇지 않게 휴지통에 비닐을 끼우고 어항과 거북이에게 먹이 주고, 소독기 켜고, 잔잔한 피아노 소리를 틀면서 하나하나 대답한다.
견딘다.
참다, 아등바등, 이악물고, 불평하지 않고, 이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나의 '견디다' 동사에는 긍정의 인내와 끈기가 쌓여 있다.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이유를 유아가 이해할 때 까지 이야기해줘야 하고,
실수로 부딪혀도 " 제가 저 때렸어요"라고 울면서 오는 유아에게 "괜찮아? 아팠구나"하고 토닥여주며,
동시에 요청하는 도움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려면 숨을 깊게 쉬고 해결해줘야 하고,
앞뒤 이유가 맞지 않는 고자질쟁이의 기분을 맞춰주려면 없는 호들갑을 떨면 된다.
그런 인내와 끈기로 무장하고 전쟁터에 뛰어들면 살고자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는 말처럼 빛을 볼 때가 있다. 천천히 가라고 했음에도 뛰어가다 우유를 흘치면 처음에 울던 유아도 빠르게 휴지 가지고 와서 스스로 바닥을 닦으려고 하며, 친구와 놀다 실수로 옆 친구의 블록을 무너뜨려도 "미안해"라는 애기를 먼저 해줄 수 있는 배려가 생겨나고, 실수로 부딪히면 당황하기보다 "괜찮아? 물어보면 "나도 미안해"라고 답해주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게 된다.
짜릿하다. 내가 뭐라도 해냈구나를 몸소 느낄 수 있는 폭발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맛에 유치원 교사를 하는군'하며 혼자 방실방실 웃으며 내 옆에서 "왜 웃어요?"라고 물어보는 유아를 와락 껴안으면서 "몰라 선생님 기분이 그냥 너무 좋아"하며 또 안아준다. 영문도 모른체 안긴 유아도 덩달아 나를 꽉 안아준다. 그러고 "선생님 제가 놀고 있는데 같이 놀자고 안했으면서 자꾸 같이 놀아요."라고 억울해 하며 오는 유아를 웃으면서 오구오구 하며 같이 손잡고 가준다.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끈기와 인내심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배운 인내와 끈기는 꾸준함을 만들어준다.
운동하기를 꾸준히하게 되고, 책을 읽게 만들어주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
운동하면서 체력을 길렀고,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게 되었고, 일찍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꽉차게 할 수 있게되는 매력적인 삶을 누릴 수있는 태도를 배워가고 있다.
3월에는 죽을 것만 같았던 무기력했던 내 삶이 견뎌보니 10월이 되면서 점차 회복되고 단단해지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다.
이젠 견디면 찾아오는 행복을 가늠할 수 있기에, 아무렇지 않게 내일 출근 준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