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주겠니?
너 그때 초등학교 000선생님 기억나? 우연히 만났는데 진짜 옛날이랑 다른게 없는거 같아!
신기하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은 그렇게 기억이 나는데 왜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의 얼굴과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 것까?
유치원에서는 만3세(5살)부터 만5세(7살)까지 길게는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교육기관이다.
그렇게 5살, 6살, 7살 각 반의 담임 선생님과 1년이라는 시간을 지지고 볶으면서 시간을 채워나간다.
24명의 유아가 한꺼번에 달려와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하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귀가 멍해지며 심장박동수가 빨라진다. 그러다 정신차리려고 머리를 흔들고 눈을 빠르게 굴려보며 "어어 뭐 도와줄까?"라고 물어보면 "선생님 제 말 무시하세요?"라는 기가막힌 말씀을 들을 수 있다. 자기말 무시하냐고 눈초리 주는 유아에게 자존심 상하지만 상한 기분을 작은 심호흡과 함께 가라앉히고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면 그 옆에서 23명의 유아들이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있다.
6살 유아에게 화를 내봐도,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나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야 조금은 알아듣는다. 유아교육에서는 나 전달법이라고 하는 이 말하기 방식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나'를 주어로 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아이 메시지(I-message)라고도 한다. 상대방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그 행동에 대해 비난하고 평가하는 의사소통 방식은 '너 전달법'이라고 하는데, 너 전달법은 갈등 상황에서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나 전달법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 갈등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 전달법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면 상대방에게 문제 행동의 책임을 묻고 행동을 비난하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최종 결정권을 주게 된다. 따라서 의사 표현에 다소 감정이 실리더라도 상대방이 감정에 따라 수동적∙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양상은 줄어들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나 전달법 [I-message] (두산백과)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교사가 어떤 유아와 이야기하고 있는 와중에 다른 유아가 와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자 짜증을 내는 유아가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너 전달법의 경우에는 "왜 짜증이니, 다른 친구랑 이야기 중이니까 기다려"라고 하지만 너 전달법으로 애기 할 때는 " 00야 선생님한테 짜증내면 선생님은 속상해, 지금은 다른 친구랑 이야기 중이기 때문에 너의 말을 들어줄 수 없었어, 이야기가 끝이나면 너의 이야기도 들어줄께 기다려줄 수 있니?"라고 차분한 목소리로 나긋 나긋 이야기 하면 된다.
그렇게 나는 원형 탈모가 왔다. 90세가 되어도 흰머리 나지 않는 할머니의 자랑스러운 손녀로서 굵은 모발과 새까만 머리카락은 나의 상징이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앞머리를 서둘러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럴 때마다 교사의 생각, 감정은 무시된 채 이기적으로 무한한 사랑만을 바라는 유아들에게 쏟았던 열정을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기억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내가 너희들에게 바라는 보상과 대가는 기억인 것 같아. 따뜻한 온기로 너를 안았던 손길과 울고 싶은 감정은 숨기채 너의 감정 먼저 해아렸던 나의 마음을 기억으로 나를 알아봐주기를 바란다.
애들아 선생님은 정말 많이 노력하는 중이야, 화낼 줄 모르는게 아니라 화를 내면 너가 상처받을까봐 그렇지 못하는거고, 선생님은 무한한 체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운동하면서 체력을 키워나가고 있고, 선생님은 매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보여야 너희가 편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웃으면서 너희를 안아주는거란다. 그런 선생님의 엄청난 노력을 제발 기억해주면 안되겠니"
저번부터 자꾸 자기 무시하지 말라는 유아의 얼굴을 보며 마음속으로 속삭이듯이 읇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