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뜻하는 놀이와 유아의 놀이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 것 같다.
계획된 교육과정에서 놀이중심 교육과정으로 변경되면서 크게 바뀐 점은 교사의 역할이다. 정해진 1년의 교육내용을 그대로 이수하던 것과 달리 정해진 것 없이 교사가 알아서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교사가 중심이 되어 유아들에게 가르쳤다면 지금은 유아가 중심이 되어 유아들이 놀이하고 싶은 활동을 교사가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유치원 교사의 역할이 바뀌었다.
"선생님 언제 놀아요?"
아침 9시부터 2시까지의 교육과정 중 유일하게 20분 정도 유아들에게 놀이 같은 미술활동, 과학활동, 동화 듣기, 새 노래 등 다양한 유형의 교육을 하고 있으면 자주 듣는 소리이다. 집중력이 길어야 20분인 유아들에게 모두 자리에 모여 앉아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루해지면 몸이 베베꼬이며 교사가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놀아요"라는 말이 나온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당연히 교사가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으면 바른 자세로 조용히 듣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온 나에게 모두 대집단 수업 시간을 줄이고 자유롭게 놀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며 유아가 중심이 되어 교사는 단지 지원하는 역할을 하라고 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믿기지도 않았다.
유아들이 놀이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며 무엇이 필요할지 알아봐 주고, 약간의 조언도 주지만 결코 교사가 주도해서는 안 되는 지금, 내가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있는 건지 의심하게 만드는 이번 교육과정을 아직까지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나는 놀이중심과 같이 자유로운 경험이 없었기에 어떠한 방향인지, 분위기가 무엇인지는 알지도 못하며 그저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놀이 중심 교육과정 연수를 들으며 그렇구나, 이렇구나, 아 어렵다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 교육과정의 놀이중심, 유아 중심이라는 것이 유아들이 하고 싶은데로 '방치'를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유아들이 놀이하는 모습에서 자꾸 교사가 주도하여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도 유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음을 믿어주는 것이다. 발견하는 재미, 몰입, 주도성, 상상력, 자발성 등이 놀이중심, 유아중심 교육과정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내가 했던 교육활동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유아들에게 미니카와 함께 주차타워 놀잇감을 제공하였다. 유아들이 주차 타워에서 미니카를 신나게 굴리던 중 "미끄럼틀 타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교사가 발견하였다. 그럼 경사로를 알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 애들아 미끄럼틀을 타고 있구나 그걸 어려운 말로 경사로라고 해"라고 약간의 조언을 시작하면서 활동이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경사로의 모습을 인터넷을 찾아보았고 유아들이 교실에서 경사로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재료를 찾아냈다. 여기서 교사는 휴지심을 테이프로 붙여주기만 하였다. 이런 놀이가 3일 동안이나 반복해서 나타났다.
며칠 뒤 유치원에서 구비되었던 경사로를 탐색할 수 있는 블록을 새롭게 제공해주자 유아들은 각자의 스타일을 겸해 스스로 구성해나갔다. 이미 만들어진 경사로 블록 위에서 미니카를 굴려보며 자동차 집과 주차장이 만들어졌다.
휴지심으로 만들었던 휴지심 터널 경사로가 자꾸 흘러내려가거나 바닥에 구겨지는 등 고정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자 놀이를 중단하는 모습을 교사가 발견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놀이가 지속될 수 있는지 고민한 끝에 벽에 붙여서 고정된 상태로 놀이할 수 있도록 부직포와 구슬이라는 재료를 제공하였다. 스스로 부직포에 붙여보는 활동에서 이젠 기울기가 있어야 아래로 떨어질 수 있음을 교사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원형일 때 보다 더 자유로운 모양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휴지심을 반으로 자르고 매끈한 칠판에서 테이프로 붙여 더 단단한 고정할 수 있도록 반원 휴지심과 테이프만 유아들에게 제공하였다.
사진 속 유아의 경우 3가지 방향의 경사로가 한쪽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모습 속에서 아직은 구멍이 막히면 통과할 수 없음을 발견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구슬을 굴려보면서 구멍을 맞춰야 함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교사는 기다려주어야 한다.
모든 발견, 흥미를 유아 혼자서는 해내기 어렵다. 어느 정도의 교사의 교육적 목적이 담긴 학습이 놀이라는 명목으로 거부감 없이 즐거움 속에서 숨겨진 의도를 자연스럽게 놀이하면서 발견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현시대의 유치원 교사로의 역할이지 않을까라는 의문의 의문을 갖고 꾸준히 교육적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은 재미있는 거 많이 줘서 좋아요."라고 말해주는 유아의 칭찬이 교사실에 앉아 '어떤 놀이를 제공하고 어떤 재료, 환경을 제공해야 하지' 하며 없는 교육과정을 창조를 해야 하는 막막함을 위로해준다. 다양한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을 실행하고 있는 많은 유치원 교사에게 존경을 표한다. 유아들과 놀아준다는 게 오락적 놀이가 아닌 교육적 놀이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모든 유치원 선생님들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