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 발트해 크루즈 기항지 (3)

스칸디나비아의 중소도시들

by Bora

발트해 크루즈 중 열흘이 넘어가는 중장기 크루즈의 경우에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수도는 물론 그보다 규모가 작은 항구도시들도 만날 수 있다.


런 도시들은 유용한 정보를 찾기에 어려움은 있어도 각기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 기대하지 못했던 기항지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크루즈가 아니었다면 방문할 일이 없었을, 그래서 더욱 남달랐던 발트해의 기항지들을 소개한다.


원래 작은 어촌이었으나 해저 석유의 발견으로 노르웨이 석유 수도가 된 스타방에르, 바이킹 시대의 정착지였다가 현재 덴마크 제2의 도시로 발돋움한 오르후스, 스웨덴의 지배하에 있다가 300년간 덴마크에게 정복당한 후, 다시 스웨덴에 반환되는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된 중세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비스뷔까지 세 도시를 살펴보기로 한다.


• 노르웨이 석유 수도 스타방에르(Stavanger)

•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Arhus)

• 스웨덴 최대의 섬 고틀란드섬 비스뷔(Visby)


이 도시들은 항구에서 모두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여 더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스타방에르는 노르웨이의 서남쪽 끝에서 북해를 마주하고 있다.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석유 수도'로 불리고 있지만 과거의 스타방에르는 소박한 어촌이었다. 올드타운은 지금도 전체가 몇 백 가구에 불과하다. 옛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작은 마을을 산책하듯 가볍게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올드타운은 워낙 규모가 작아서 차라리 항구로부터 만을 따라 노르웨이 석유박물관으로 가는 길이 더 흥미롭다.

바닷가에는 노르만 양식의 큼직한 건물들과 멋진 벽화가 이어지고, 나무로 만든 집들을 지켜보기 위한 화재 감시탑이 올드타운을 바라보며 우뚝 서있다.


새롭게 단장한 스타방에르의 보행로 파르게가튼(Fargegaten)은 '색채의 거리'라는 뜻에 걸맞게 다채로운 색상의 가게와 식당, 카페들이 연이어져 눈을 즐겁게 한다.


노르웨이 석유 박물관은 현재 노르웨이의 부를 불러온 해저 석유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곳이다.


박물관에서는 석유의 발견부터 석유를 캐내는 모든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석유 시추 과정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오늘날 비판받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점 등을 있는 그대로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보여준 전시였다.


석유 박물관 앞에는 석유와 관련된 이미지를 형상화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다.


스타방에르를 떠나며 바다에 떠있는 해상 석유 시설을 바라본다. 우리에게 편안함을 안겨준 소중한 연료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유의 양면성, 석유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2) 덴마크 오르후스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는 넉넉해 보이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모습이다.

배에서 내리자 항구 가까이에 자리한 오르후스 공립 도서관 '도크1(DOKK1)'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유럽 최대 규모의 공공 도서관인 도크1은 디자인부터 눈길을 끄는 곳으로, 도서관 주변에 다양하게 설치된 놀이시설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공룡을 형상화한 미니 미끄럼, 곰돌이 미끄럼, 원숭이 놀이터 등을 보니 "우리 도서관 갈까?" 하면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나설 것 같다.

도서관은 생각만 해도 신나고 재미있는 곳이라는 인식은 아마 가장 효과적인 독서교육일 것이다.


덴마크에서 가장 높은 첨탑을 자랑하는 오르후스 대성당을 지나 오르후스의 자랑인 아로스 오르후스 쿤스트 뮤지엄으로 향한다.


아로스 aros란 '하구'라는 뜻의 옛 덴마크어로, 지금 오르후스란 지명의 원형이다.

멀리서부터 한눈에 보이는 옥상의 레인보우 파노라마는 오르후스의 상징이기도 하다.


각 층으로 이어지는 원형 계단을 지나 덴마크의 현대 미술 전시를 감상해 본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조형물, 서서, 앉아서, 누워서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물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즐기다 보면 어느덧 옥상이다.


옥상 테라스에 올라 사방으로 펼쳐지는 오르후스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한다.


고개를 돌리면 현대적 디자인의 전망대인 레인보우 파노라마가 눈에 들어온다.

레인보우 파노라마의 원래 목적은 전망대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기능하고 있다

레인보우 파노라마를 밖에서 바라보면 그 속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현대 예술품과 섞인 오브제가 된다


레인보우 파노라마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봤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파랗고 노랗고 붉은, 다채로운 빛이 대성당의 첨탑과 고풍스러운 지붕들로 가득한 오르후스 시내를 물들이며 세심하게 설계된 환상적인 파노라마 전망을 연출해 낸다.


구도심만 돌고 와도 절로 흐뭇해지는 적당한 기항지 나들이였다.



3) 스웨덴 비스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고틀란드 섬은 발트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고틀란드의 주도인 비스뷔는 잘 보존된 중세 한자동맹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비스뷔에서 가장 대표적인 역사 유물은 링무렌 (Ringmuren)이라 불리는 3.4 km 길이의 돌벽이다.


오래된 교회 옛터, 성문 등을 탄탄하게 에워싸고 있는 돌벽을 따라 걷다 보면 이 도시가 겪어온 고난의 역사가 다가온다. 중세에는 한자동맹의 맹주였던 뤼벡의 침략으로 도시의 많은 곳이 불탔고, 이후 덴마크, 러시아의 지배를 받다가 현재는 스웨덴의 땅이 된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비스보르그 요새(Visborg)에서부터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남쪽 벽을 따라가다 남문, 쇠데르포트 (Soderport)로 들어서니 화려한 쇼핑 거리가 나타난다. 거리는 활기차고, 물건 가격도 북유럽 치고는 비교적 합리적인 편이다.


다시 성벽을 따라 동문, 외스터포트(Osterport)로 향한다. 비스뷔의 모든 에는 고틀란드의 상징인 양 석상이 귀엽게 서 있다.


스토라토르예(Stora Torget)는 시내 중심부의 뼈대만 남은 성 카타리나 대성당 폐허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광장이다. 비스뷔에는 열 개가 넘는 무너진 교회가 그대로 보존된 채 새로운 건축물 사이에 남아있다. 1250년대에 만들어진, 지금은 뼈대만 남아있는 대성당 폐사지가 북적거리는 식당과 상점을 바라보며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은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그저 하릴없이 머물고 싶은 풍경이었다.


다시 비스뷔 산타마리아 대성당으로 향한다. 구시가의 중심에 남아있는 유일한 성당이다. 12시 성당 종소리가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멜로디가 있어 더욱 아름답다.


성당 옆 계단을 따라 성벽 위에 오르니 비스뷔 올드타운이 한눈에 보이는 환상적인 뷰가 펼쳐졌다.


동쪽 성벽을 따라 성벽에 붙은 집을 감상하며 걸어본다. 구글맵의 리뷰에 따르면 작고 소박해 보이는 이 동네 주택 가격이 적어도 150만 유로가 넘는다 하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긴 강남의 작은 아파트 가격을 생각하면 20억 넘는 가격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북문 노데르포트(Norderport)까지 돌고 나니 링무렌을 얼추 돌아본 것 같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성벽 마을 비스뷔는 기대했던 것보다 큰 만족감을 준 곳이다.



우리에게는 이름부터 낯설었지만 중소도시라고 부르기에는 각각의 규모와 역사, 건축물들이 특별했던, 북유럽 선진국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항지들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