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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름 May 19. 2024

그저 함께 해주는 음악 덕분에

그것들이 널 울리면서 널 살게 하네


너는 네 마음을 물들이는 그것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것. 삶의 의미 없음. 단순히 무의미함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너는 허상과 허망함 속에서. 사소하고도 거대한 존재들이 네 곁에서 네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이 음악 속에서 느낀다…이루지 못한 꿈과 끝내 전하지 못한 말과 아무것도 아닌 채로 세상을 또 넌 사람들과 그럼에도 다시 한번 더 이 생을 살아가겠다는 무한 긍정과 죽어서 나란히 묻히자는 애틋한 약속과 가난한 질병과 안간힘과 지극한 고독함에 대해서. 너는 그 모든 것들을 너 자신의 것인 듯 느낀다…너는 힘없고 뜻 없고 살기를 죽기를 바라는 그 모든 목소리들에 감응하고. 너는 매 순간 온전한 아름다움 속에서 살기를 바라고. 늘 너의 곁에는 어떤 음악들이 흐르고 있네. 그것들이 널 울리면서 널 살게 하네. 그것들은 모두 저마다 고유한 음으로 흐르면서 네 본래의 모습을 일깨워주고 있구나.

-이제니, <새벽과 음악>-


가끔 책에서 발견한 구절 덕분에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반가울 때가 있다. 알게 모르게 밑바닥의 순간에서 음악이 힘이 될 때가 있다. 삶의 허망함을 잊으려는 시도가 바로 음악이 아닐까. 삶이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음악은 꿈꾸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나는 마음이 불안할 때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음악들을 찾는다. 조금 더 기분이 괜찮아졌을 때는 재즈를, 더 좋아지면 발라드를, 더 큰 마음을 먹으면 추억의 노래들을 듣는다(아직 발랄한 리듬을 가진 곡들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고3 때 듣던 뉴에이지 음악들

감각적인 시티팝도 유명하지만 초기 애절한 발라드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현철의 노래들

어린 시절 감수성과 세상에 대한 울분을 해소시켜 주던 이승환의 노래들

가사가 아직도 내 마음을 때리면서도 어루만져주는 신해철의 노래들

언제 들어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과 몰입의 순간으로 나를 데려가 주는 노리플라이의 ‘노래할께’

나의 슬픔을 더 큰 슬픔으로 치유해 주던 김연우와 정준일의 노래들

생각해 보면 그 노래들을 들을 수 없었다면 내 인생은 조금 더 외롭고 더 길을 잃었을 것 같다.


음악의 치유의 힘이 있을 뿐 아니라 힘든 시간을 같이 해주는 고요한 동반자가 되어 준다. 언제든 기댈 수 있게 자리 한 켠을 내어 준다. 노을 지는 한강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Lisa Loeb의 <Goodbye to romance> 커버를 들었다.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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