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가 많아질수록 풍성해지는 인생
나의 인생은 ‘기어이’가 많아질수록 풍성해질 거라 믿는다. 기어이 무언가를 저질러도, 인생은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버렸다. 크게 잘못되기에는 우리가 너무 작은 존재다.
-오지윤, <작고 기특한 불행>-
나의 고민이 사실은 그렇게 큰 파장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알게 모르게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거 별거 아니라는 폄하가 아니라 잘못될까 봐, 그르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좀 더 네 마음의 소리를 대담하게 따라가도 된다는 뜻일 것이다. 나이 들면서 점점 더 위험을 즐기지 않는 내가 되어버렸지만 나는 한 때 모험심이 많았던 사람이었다(여전히 새로운 음식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도 쳐주면 안 될까?).
‘기어이’의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범법행위를 기어이 저질렀다고 하면 인생이 크게 잘못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기어이 저지르는 것들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만 있던 내면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들일 가능성이 크다. 책에서 인용한 장강명 작가는
1년 이상 욕망했다면 20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1년 이상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하는 일이에요.
라며 글쓰기를 예로 들며 1년 넘게 쓰고 싶었다면 써야 한다고 했다. 현실의 벽과 주변의 만류 그리고 내면의 불확신으로 인해 오래 고민을 했다면 어느 순간에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인생이 많이 바뀌지 않아서 놀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어이 했을 때 얻는 마음의 자유와 주체성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물론 그 결정에 따른 책임 또한 이제 오롯이 져야 하고 또 다른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도 생길 수 있다. 오랫동안 꿈꿔오던 것을 실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후회가 덜 남고 마음도 덜 괴로울 가능성이 높기에 할까 말까 할 때 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내가 존경하는 멘토님은 부디 치열하게 자아성찰하고 어려운 결정을 하는 과정 중에서도 재미를 찾고 편안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라고 조언해 주셨다 By all means, do the soul-searching, make the difficult choices, but also go and have fun, live a relaxed happy life. 무엇보다 글쓴이의 말처럼 크게 잘못되기에는 우리는 다행히도 참 작은 존재이다. 나의 ‘기어이’들이 내 인생을 더 풍성하고 충만하게 만들어주기를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도 좀 더 내려놓고 의미가 아닌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