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문학
인간은 자주 착각하고, 착각을 진실로 믿어 가끔씩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착각에서 깨어나 슬퍼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착각한다. 착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인간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곽아람, <공부의 위로>-
대학에서 나의 전공은 인문학이었다. 나름 실용적일 수 있는 언어 전공이긴 했지만 그 당시에도 인문학도의 밥벌이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기억난다. 개의치 않고 나는 <서양음악의 이해>, <서양미술의 이해> 등 온갖 교양 수업과 철학, 국문과 수업을 들었으니 정말 속 편한 학생이었던 것도 같다. 졸업 후 결국 취업의 (굳게 닫힌) 문에 부딪혀 사회과학대학원에 갔지만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인문학의 힘을 믿었던 것 같다. 가끔은 인문학이 나를 더 우울하게 하겠지만, 그것이 더 삶의 진리에 가까워지는 길이고 결국에는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생각했다.
요즘 착각에서 깨어나 슬퍼진 나로서는 다시 착각할 수 있게 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 때 자꾸 책에 손이 가는 것은 여전히 인문학의 힘을 믿기 때문인 것 같다. 당장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은 아닐지라도 마음속 어떤 근육을 움직여서 단단한 힘을 만들어주는 것, 그 힘이 반드시 다시는 고꾸라지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또 넘어지고 꼬꾸라져도 괜찮다는, 살아있는 한 끝난 것은 아니라는 그런 성찰을 인문학은 가능케 한다.
비록 착각이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동안 걸어온 삶의 족적은 남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나름 성실히 수행해 왔으며, 나름 이 세상에 선한 것들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살아왔다. 힘들 때는 나를 지키기 위해 후사를 도모하며 1보 후퇴를 했고,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점차 동굴로 숨기보다는 남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시 착각하고 또 착각을 진실로 믿어 가끔씩 위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이렇게 내 마음을 보듬고 다듬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