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행복과 용기는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꾸만 불행을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지금 이 행복이 사라진 뒤에 느낄 허탈함과 상실감이 두려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서 부지런히 불행을 빌려 온다. 그게 털끝만큼도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오는 방어기제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어쩌면 행복과 용기는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끝날 걸 알면서도 찰나의 기쁨에 최선을 다할 용기, 계산 없이 기대하고 실망할 용기, 아플 용기, 다칠 용기, 외로울 용기. 의심 많은 겁쟁이는 결코 알지 못할 순수한 행복이 궁금해 그런 용기를 열심히 흉내 내 본다. 매번 실패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하현,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가끔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흠칫 놀라게 되는 글을 만나게 된다. 사실 책 제목부터가 그랬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이라니. 내향인으로서의 무언의 동질감을 느끼며 저자의 자꾸만 불행을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는 이 고백이 나에게는 참 반가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책임지고 싶지 않아 선택을 미루는 것처럼, 다치고 싶지 않아 미리 불행해지는 이 말장난 같은 얄궂은 운명이라니. 잘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실수를 야기시키고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인생을 불행과 불완전으로 점철시키는 것처럼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 관성이 야속하다.
불안의 굴레에 빠지게 될 때 오히려 통제하려는 마음을 놓아버리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고들 한다. 자꾸만 불행을 기다리는 나를 인식하면서도 빠져나오기 힘들 때는, 불안한 상태조차 조금씩 한 발짝씩 다시 걸음을 내딛고 있는 나임을 자각하려고 노력한다. 불안하다는 것도 결국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거니까. 감정은 결국 지나가며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자 노력한다.
행복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예전엔 몰랐었다.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헛된 희망을 내려놓을 용기를 내기가 나이 먹을수록 어려워진다. 첫 구절부터 공감되긴 했지만 사실 이 구절의 제일 감동적인 부분은 맨 마지막에 있었다. 매번 실패하지만 그래도 한번 더. 그래, 다시 한번 해보자는 용기를 내는 한 나에게도 희망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