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나는 집 밖에서 개를 키웠다. 당연히 개는 밖에서 키우는 줄 알고 성장했던 나에게 집 안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은 실로 새로운 문화였다. 강**씨가 매스컴에 나오지 않던 시절, 강아지 교육 관련 책도 거의 없던 시절 난 개에 대해 문외한(門外漢)이었다.
초반에는 그녀와 있는 시간이 내가 제일 많았다. 나랑 있을 때는 나름 내 말을 잘 듣는 척이라도 했는데.. 그런데 다른 가족이 오면 내가 밀려나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어느새 뒷전이 되어 있었다. 불러도 못 들은 척, 개인기를 시켜도 시큰둥, 예뻐해도 반응이 어째 미지근했다.
‘ 나를 무시하는 이 느낌적인 느낌 뭐지… 이놈의 개싸가지쉐이. ‘
그럴 땐 이렇게 가족에게 이르곤 했다.
‘ 쪼매난 것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지?? 사람을 갖고 장난을 치는 거야~? 아님 머리가 좋은 거야~? 아님 저스트(just) 싸가지가 없는 거야~? ’
몰티즈 종의 특징 중 하나가 마음속에 우선순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1순위로 제일 좋아하는 사람, 2순위로 좋아하는 사람 그다음 좋아하는 사람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마음속 1순위가 옆에 있지 않으면 그다음 순서가 1순위를 차지한다. 그렇게 그녀 마음에 피라미드처럼 순위가 매겨져 있다. 그때 상황에 따라 순위들이 순차적으로 오르락내리락 실시간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찍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 시절 그녀 마음속엔 내가 1순위가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나랑만 있는 시간에는 그나마 내가 1순위여서 말귀를 듣는 척하다가 다른 가족이 들어오면 냉큼 내쳐진 듯하다.
‘ 1단계 강등. 아.. 아니.. 2단계 하락인가.. 아! 몰티즈계의 밀당녀 같으니라고...’
그것도 모르고 다른 가족과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면 질투를 꽤나 했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녀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서였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 몰티즈의 그런 특성을 알게 된 후 그때 그녀를 미워했던 내 마음이 미워졌다.
‘ 그녀를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거였구나. '
하지만 지금은 명실상부(名實相符) 내가! 내가! 1순위다. 내 베개 위에 올라와 누워서 잘 정도로 나를 열렬히 사랑해주고 있다. 좀 오래 나가 있을라치면 하울링으로 열심히 찾는다. 뭐 그녀가 리더라고 생각해서 찾을지도 모르겠으나.. ^^:: 난 그냥 나를 너무 보고 싶어서 애타게 찾는다고 생각하련다.
‘ 미안해. 그때 내가 너무 무지(無地)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