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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회사생활에 필수 '아부'?

평범한 듯 아닌듯한 회사생활 이야기

by 로건

백 부장의 복귀는 팀 내 분위기를 애매하게 만들었다.


사실 팀장이 결론적으로 다른 곳으로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했는지 백 부장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팀원들 사이에도 두 그룹으로 나눠지게 됐다.


정년도 얼마 안 남았는데 팀장 눈치를 볼 필요 없다는 그룹과


그래도 팀장 주축으로 단합을 해서 팀을 운영해야 한다는 그룹이었다.


중립은 사실 나 혼자였다.


김 차장이 김 부장으로 진급하면서 이제 부장이 5명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마 차장은 여태껏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이번 김 차장 진급을 보면서 본인보다 후배인데


진급하는 모습에 진급 욕심이 생긴 것 같다.


평소 안 하던 아부를 팀장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 놀랬다.


김 차장이 김 부장으로 진급하기 전까지는 묵묵히 본인 일을 하고


실적이 생겨도 굳이 팀장에게 어필하지 않았다.


한 번은 마 차장에게 물어봤다.


"마 차장님 김 차장이나 다른 분들은 보면 그래도 본인 고과를 어필하던데"


"왜 마 차장님은 안 하시나요?"


그러자 마 차장이 말했다.


"굳이 뭐라 허해 나는 진급 욕심 없어 김 차장도 내 생각에는 팀장한테 해마다 아부를 해"


"근데 봐봐 진급 안 되잖아 그 시간에 다른 자기계발하는 하는 게 낫지"


"이 과장도 잘 생각해 꼭 아부가 좋은 건 아니야"


그리고서는 다시 자기 업무를 했던 사람이다.


근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듯 생각이 변화무쌍한 것 같다.


무튼 현재의 마 부장은 과거의 마 부장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을 때도 팀장을 먼저 챙기고 실적이 생기면 사소한 것들도 팀장에게 어필했다.


마 부장의 어필은 팀장의 마음을 움직인듯했다.


팀장이 한 번은 마 차장에게 말했다.


"올해 들어 마 차장 많이 변했어"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좀 부탁해 항상 고마워"


긍정적인 시그널을 들은 마 차장은 너무나 좋아했다.


이런 상황을 주변 팀원들은 불편해했다.


마 차장이 변했다고 사람이 변하면 안 되는데 너무 바뀌어서 무섭다고 했다.


사실 팀장이 마 차장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니 시기와 질투가 생기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백 부장의 복귀는 백 부장을 주축으로 박 부장, 장 부장이 항상 모여


커피나 담배를 피우면서 팀장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우연히 3명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고 있는데 백 부장이 불렀다.


백 부장이 물었다.


"이 과장 요즘 힘들지? 팀장이 팀 운영을 잘 못하는 거 같아"


"이 과장에게 일을 다 넘기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아니지 않나?"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슬쩍 내 표정과 답변을 기다리는 것 같은 눈치다.


사실 애매했다.


나는 그렇게 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단 "네 뭐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라고 말했다.


애매한 답변에 백 부장은 표정이 안 좋아진다.


나는 황급히 자리를 떠서 내 자리로 갔다.


내 자리로 오니 김 부장으로 진급한 김 차장이 부른다.


김 부장은 야망이 있었다.


앞으로 팀장에게 잘 보여 본인이 '차기 팀장을 하겠다'는 목표로 하고 있었다.


김 부장이 말한다.


"이 과장 아까 백 부장이 부르던데 뭐래?"


김 부장의 레이더는 상상을 초월한다.


순간 나는 고민했다. 다 이야기해하나?


그러다가 답변했다.


"별말 안 하고 지급 보고 끝난 거냐고 물어봐서 보고 완료됐다고 했습니다."


내 말을 들은 김 부장이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라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김 부장이 추가적으로 말한다.


"이 과장 줄 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김 부장이 말했다.


"이 과장도 이제 회사 입사한 지 좀 됐잖아 팀 분위기 잘 보고 뭔 말인지 알지?"


사실 무슨 말인지 알았다.


하지만 딱 잘라서 말하기 애매했다.


'꼭 줄을 서야하나?'라는 생각이 있었다.


말 그대로 '중립으로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중간 평가에서 팀장에게 불만이 많았던 사람들은 평가를 안 좋게 받았다.


그리고 팀장에게 긍정적으로 표현했던 사람들은 평가를 좋게 받았다.


나는 중간이었다.


앞으로 회사 생활에 있어서 '마 차장이나 김 부장처럼 팀장에게 아부하는 것은


회사에 필수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한 번은 회식 자리에서 술을 먹고 마 차장이 민망할 정도로 팀장에게 아부했다.


나는 '저건 좀 오버 같은데 팀장이 놀리는 것 같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는데


팀장은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으로 좋아했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였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아부를 잘하지는 못해도 적절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백 부장이 생각지 못한 행동으로


탐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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