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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상사와 업무의 상관관계

평범한 듯 아닌듯한 회사생활 이야기

by 로건

아침에 회사를 출근하니 자리에 앉자마자 장 부장이 부른다.


장 부장에게 가는 길 백 부장의 자리가 비워져 있었다.


몇 달간 있으면서 그래도 많은 정이 쌓였는데 텅 빈자리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좋지 않았다.


장 부장 자리를 가니 출력된 서류를 하나 보여준다.


평소와 다른 느낌의 장 부장이었다.


장 부장이 말했다.


"이 과장 이번 계획 보고서 좀 아닌 것 같아. 수정이 필요해 보여"


나는 순간 당황했다.


평소 내가 하는 업무에 연관도 없는데 갑자기 불러서 수정 사항이 말하다니?


내가 말하기도 전에 장 부장이 말한다.


"이 과장 다 잘 되라고 이야기해 주는 거야"


"사실 내가 입사했을 때부터 멘토로써의 역할을 해주고 싶었어"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팀장에게도 듣지 못한 멘토라니 의아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타이밍이 어제 저녁 일이 있고 나서 바로 다음날부터 이런다는 건


'혹시 어제 기분이 나빴나?'라는 생각을 했다.


장 부장에게 말했다.


"장 부장님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반영해서 다시 한번 작성해 보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자리로 가고 있는데 역시나 레이더를 발동시킨 김 차장이 부른다.


탕비실로 가니 김 차장이 커피를 타고 있다.


"이 과장 힘들지? 어제 제대로 장 부장한테 이야기했나 보네"


"이 과장 자료에 문제 있다고 하지?"


"한 동안 많이 힘들 거야. 그래도 좀 참아"


"아! 그리고 막내 일 중에 하나 더 생겼어."


"별거 아니야 사무용품이나 탕비실 다과가 없으면 구매 좀 해서 채워놔 줘"


"회사 일이 쉬운 게 하나도 없어"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김 차장이 이야기한 업무는 사실 누구한테도 이야기하기 창피한 일 중 하나다.


대외적으로 어필하기도 그런 일이다.


내 고과에 반영도 안 되고 시간만 소비되는 이런 일들은 대부분 막내일이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김 차장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말을 들은 김 차장은 웃으면서 자기 자리로 간다.


사실 김 차장이 이야기한 내용보다


장 부장이 앞으로 일하는 모든 일에 깐깐히 개입을 한다면


업무적으로 '이중 삼중 일이 되겠구나'라는 걱정이 더 앞섰다.


자리로 가서 수정을 하고 보고서를 출력을 해서 팀장에게 보고를 하러 가는데


장 부장이 부른다.


본인도 좀 보여 달라고 한다.


내심 머릿속으로 '왜 본인 업무도 아닌데 보여달라고 하십니까? 지금 보고하러 가야 합니다'


라고 입 앞까지 나왔다가 내뱉는 말은 "네 부장님 여기 있습니다"였다.


내용을 읽은 장 부장이 말했다.


"이 과장 우리 회사 보고서 규칙이 있어 첫 번째 칸은 띄우고 문단간격은 일정해야 하고"


순간 나는 욱하는 기분을 간신히 참았다.


왜냐하면 여태껏 한 번도 터치하지 안 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 부장의 말에 "네 알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수정 후 다시 보여줬다.


장 부장은 전체적인 내용을 보더니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팀장님한테 보고해 아마 바로 오케이 할 거야"


"완벽하거든!"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팀장 보고를 하러 갔다.


팀장은 보고서를 보더니 말했다.


"이 과장 내가 이야기한 방향성과 좀 다른데?"


"여태껏 잘했잖아 근데 이게 뭐야? 개요랑 내용은 다시 한번 바꿔봐"


그러면서 내용을 말해준다.


내용을 들어보니 장 부장이 불러서 수정하라고 했던 부분이었다.


기존에 작성한 게 맞았는데 장 부장 말대로 바꿨다가 문제가 된 거였다.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상사들마다 보고방식, 주로 쓰는 단어 등 선호하는 것들이 다르다.


장 부장 말만 듣고 평소 팀장이 선호하는 보고서의 방향을 생각하지 않았던 거다.


갑자기 장 부장 얼굴이 떠오르면서


'이건 업무적인 갑질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장 부장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확실히 표현한 건 잘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업무적으로 진행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장 부장 몰래 해야 하나


고민이 하나가 더 추가 됐다.


보고를 마치고 내 자리로 가는데 장 부장이 부른다.


장 부장이 말했다.


"어때 바로 통과지?"


나는 당장이라도 아니라고 처음 했던 게 맞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장 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이 추가적인 코멘트가 있어서 조금 보완을 해야 합니다."


장 부장이 말했다.


"그래? 그럴 일 없는데 완벽한데 아마 팀장이 방향성을 잘 모를수도 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때론 본인이 실수나 잘못했다면 인정하면 되는데 끝까지 본인이 맞다고 하니


진짜 앞으로의 업무가 고민이 되는 찰나


김 차장이 나를 부른다.


"이 과장 업무적으로 힘들지? 팀장 면담해 봐"


나는 말했다.


" 네 정말 업무적으로 계속 이러면 면담 한번 해야겠습니다"


결국 며칠 후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 했다.


팀장은 회의실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 내가 말하기도 전에 팀장이 말한다.


"이 과장 요즘 장 부장이 자주 자리로 부르던데 업무 때문이지?"


나는 놀랬다.


놀란 표정으로 팀장 보고 있는데 다시 말한다.


"조금만 참어 장 부장이 팀장까지 하다가 정년이 얼마 안 남아서 내려놓고 업무를 하는데"


"나도 뭐라 하기가 좀 그래"


"며칠 전 이야기 했지 조직 개편"


"조만간 결과 나올 거야 그때까지만 좀 참아줘"


"이런 말 해서 미안해"


"만약 계속 지낸다면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해 좀 해줘"


이 말을 듣는 순간 짜증이 났지만 팀장의 말은 전관예우를 말하는 느낌이었다.


팀장한테 내 의견을 한마디도 안 했다.


그저 "알겠습니다"라는 말만 했다.


내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게 억울했다.


그래도 회사 생활이라는 게 무조건 내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없는 거였다.


팀장과 면담이 끝나고 자리로 와서 앉았다.


장 부장과 김 차장 한 번씩 눈이 마주친다.


두 사람은 왜 일을 안 하고 나를 쳐다보는 걸까


생각이 들 찰나


문자가 한통 온다.


문자를 보니 장 부장 문자다.


보고서는 작성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많아 그래서 신경을 많이 써야 돼


내가 정말 이 과장만큼은 에이스로 만들어 줄게


이 문자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 문자를 보는 순간 며칠 전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사소한 부분을 팀원 전체가 놓쳤다.


프로젝트 진행 총괄이 나였기 때문에 책임 소지를 묻게 되었다.


이때 팀장도 팀원들도 이 과장이 좀 더 신경썼어야 했는데 하면서


담당자 귀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원만히 잘 해결됐다.


이때 문득 상사의 지시를 받고 진행한 건데


마치 상사는 권리만 챙기고 문제 발생 시 다 담당자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이후로 나중에 어떤 상황이 발생 할지 모르니


업무를 함에 있어 보고 이력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조직 개편결과와 뜻밖의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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