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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팀에 대한 존재성

평범한 듯 아닌 듯 한 회사생활 이야기

by 로건

아침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팀장이 모든 팀원을 호출한다.


나는 머릿속으로 '백 부장 로테이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회의실에 팀원들이 다모였다.


팀장이 말했다.


"이번에 로테이션을 하면서 팀에 변화가 생겨서 공유하려고 모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단순 팀원 로테이션이 아니라 팀 자체에 뭔가가 일어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어서 팀장이 말을 한다.


"몇 달 전 감사팀에서 다른 계기로 우리 팀을 보러 왔다가 잘 해결 됐는데"


"갑자기 인원구성, 업무 관련해서 감사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어제 완료 결과를 받았어"


" 감사 결과는 업무를 고려했을 때 팀 전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였는데 참 난감하네"


" 개편을 위해서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우리 조직 본부장님 최종 결재를 받아서 감사팀에 보내줘야 해"


"복잡하게 됐어"


그러고 나서 팀장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이 침묵은 아마 백 부장에게 보내는 신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조용하게 있는데 몇 달 전 우리 팀으로 온 박 부장이 물어본다.


"그럼 팀이 해체되거나 다른 팀과 합쳐질 수도 있나요?"


팀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박 부장이 다시 말한다.


"아 연말인데 내년에 어떻게 팀이 될지 모르니 걱정이네요"


박 부장 말에 모든 사람들 표정이 동의한다는 표정이다.


팀장이 다시 말한다.


"이제 조직개편에 대해 검토해야 하니 그리 알고 자리에 가서 업무들 보세요"


다른 팀원들은 팀장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자리로 가서 업무를 한다.


사무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 차장도 아무 말이 없었다.


사람들 표정을 보니 대부분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타 조직의 젊은 팀장 밑으로 들어가서 회사생활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본인을 받아 줄 수 있는 팀이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보였다.


사실 몇 달 전 주재원에서 복귀한 박 부장도 복귀 이유가 임원으로 진급이 되지 않아서


결국 복귀했다고 한다.


나이가 많다 보니 그나마 현재 있는 팀에 팀원들과 연령대가 비슷해서


가고 싶다고 인사팀에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김 차장도 우울해할까?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 차장은 현재팀에 입사하여 팀장, 팀원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고 터줏대감처럼 이 팀에만 10년 이상 있었던 거다.


다른 사람들보다 남다른 팀에 대한 애정이 보였다.


오전 내내 동상이몽처럼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오후 일과 시작 전 다시 한번 팀장이 팀원들을 모았다.


팀원들이 다 모이자 팀장이 말했다.


"오전에 말 못 한 게 있는데 백 부장은 다음 주부터 다른 지역으로 전출을 가게 됐네"


이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백 부장을 바라보니 이미 본인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준비를 했다는 표정이었다.


순간 백 부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대단한 능력이 있길래 옮겨가는 팀도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팀이었다.


사실 며칠 전 백 부장이 담배를 피우면서 이야기한 것 중에


"전출 가는 팀도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팀인데 내가 나이가 많은 게 좀 걸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백 부장 이야기를 듣고 회사 평판 어플에 팀을 알아보니


그 팀에 들어가고 싶으면 인맥이 있어야 할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니 백 부장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튼 팀장의 짧은 전달 사항이 끝나고 본인들 자리로 들어갔다.


이때 장 부장이 잠시 불러서 이야기를 한다.


"이 과장 일 년도 안 됐는데 팀 변경이 혼란스러울 텐데 이럴수록 종교 힘이 필요한 거야"


"내가 몇 달 전부터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는데 말이 없어서"


"혹시 오늘 저녁 어때? 맛있는 복어집이 있어"


분명 몇 번을 계속 거절하고 피해 다녔는데 이번에는 빠질 명분이 없어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모습을 뒤에서 보던 김 차장이 나를 보며 엑스자 표시를 한다.


아마 엑스자는 안된다고 말하라는 표시 같은데 나는 이미 승낙했다는 표정을 했다.


내 표정을 보더니 김 차장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자리로 갔다.


퇴근 시간


5시가 되자마자 우르르 빠져나간다.


나 또한 장 부장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이야기해 준 복어집으로 갔다.


이미 장 부장이 복지리를 시켜 놨다.


나도 자리에 앉아서 세팅을 하고 있는데 장 부장이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종교 관련 이야기를 40분내내 한다.


마지막에는 같이 주말에 가자고 한다.


나는 이번에도 다시 한번 확실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장 부장님 저는 정말 종교에 관심 없습니다."


"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 많이 신경 써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이 말을 들은 장 부장은 잠깐 말이 없다가 다시 말을 한다.


"그래 이 과장 나도 부담 주려는 거 아니야"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말해줘"


이후 저녁을 먹는데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김 차장 이야기대로 확실히 말한 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다음날 출근 하니 장 부장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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