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경험
술이 너무 좋아서 매일같이 신나게 먹던 때가 있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
체력 때문이다. 40을 넘어서며 체력이 전과 다르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낀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실컷 하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정말 실감하는 하루하루다.
한참 경제적인 것들에 눈을 떴을 때는 '내가 그때 술만 좀 덜 먹었어도 돈 좀 모았을 텐데!'라며 후회한 적이 있다. 그때 나의 술 선배 친정 아빠가 그랬다, 그것도 다 한 때라고. 그렇게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시는 때가 오니 후회하지 말라고 했다.
나중엔 그 시절이 그리울 거라는 아빠 말을 듣고 '역시 주당은 다르시군! 나는 달라요!' 생각하며 나는 선을 긋고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야 알겠다, 뭐든 정말 한 때라는 것을.
하루를 마치고 주어진 자유 시간이 소중해 새벽 1~2시까지 밤 시간을 즐기던 나는 이제 밤이면 졸기 바쁘다. 간신히 TV를 틀고 앞에 앉아도 금세 꾸벅꾸벅 존다. 그 좋아하는 맥주 캔을 신나서 땄는데, 조느라 반도 못 먹고 자는 날이 늘고 있다. 점점 일찍 들어가 자는 날이 많다.
가끔은 맥주가 맛이 없는 날도 있다. 처음 그걸 느꼈을 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내가 너랑 멀어지는구나. 어떻게 내가 너한테 그럴 수 있어!'라며 혼자 별별 생각을 떠들어댔다. 사실 맥주가 맛없는 날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 슬픈 일이다.
별 수 없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체력은 계속 떨어진다. 그리고 그 체력은 내가 만든 것임을 아니 더 열심히 운동을 해보자 마음 먹지만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그러니 해보고 싶은 것들 부지런히 기운 있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 만난 후배도 요즘 컨디션이 비슷한지 "이젠 놀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안 들어요. 노는 것도 다 한 때였어. 힘들어, 쉬고 싶어요."라는 거다.
그러게 말이다, 정말 자꾸 쉬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하루하루다.
이제 살도 좀 빼고 근육을 키워야겠다. 예전엔 예뻐지고 싶어서 일생에 손꼽아 몇 번 운동했는데, 이제는 잘 살아보고 싶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고, 그걸 하면서 사는 삶에 체력이 절대적임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나는 체력을 기르면 뭘 더 해보고 싶을까?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여행도 가고 등산도 가고 배드민턴도 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글도 꾸준히 쓰고 싶고, 남편과 오래오래 늙어서까지 한 잔 하며 살고 싶다. 맥주는 언제고 "이 맛이지!" 외치며 먹고 싶다.
어제도, 그저께도, 지난주에도, 몇 달 전에도 했던 생각을 오늘 또 하고 있다.
운동하자 또 다짐하는 밤, 내일은 꼭 뛰어보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