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늘 반대로 말하는 걸 알아주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에게-
“은진이가 가라고 하면 가지 말라는 거예요~”
라고 친절히 말해주었었다.
나는 정말로, 내가 그런 사람인지 몰랐고
나중에서야 친구의 해석이 참 정확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거절하는 게 익숙했는지,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는지. 나는 반대로 말하는 게 편했다.
같이 가고 싶지만 “괜찮아~ 가~”라고 말하거나
하고 싶지만 “괜찮아요~“
갖고 싶지만, 먹고 싶지만 “아니에요~”라고...
한국인의 세 번의 거절과는 성격이 다른 거절이었다.
어릴 때 나는, 엄마아빠한테 뭘 사달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엄마아빠는 돈이 없었으니까.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빚쟁이의 전화를 자주 받곤 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무의식 중에 나까지 뭘 사달라고 보탤 수 없다는 생각이 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엄마가 짜증을 내는 나에게,
그냥 처음부터 갖고 싶은걸 고르고 짜증을 내지 말라고 했었다.
아마도 내가 갖고 싶은 건 따로 있었는데
그게 비싸서 비슷한 걸 사곤 결국 맘에 안 들어
돈 때문에 그랬다고 했거나 짜증을 냈던 것 같다.
나는 무의식 중에라도 내가 아이들에게 그러진 않는지..돌아볼 때가 있다.
첫째도 어느 순간 나처럼, 아니면 나의 기질을 닮아서, 아니면 내가 그러니 아이도 그럴 거라는 생각에-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음을 자주 바꾸는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그칠 때가 있다.
정말 네가 원하는 건지, 상황 때문에,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안 사거나, 안 먹거나, 참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거절하면 상대방은 정말 그게 아닌 줄 알고 가 버릴 텐데,
네가 진짜 원하는 걸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너의 선택과 마음에 솔직해지라고.. 말이다..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지만, 아이도 나처럼 스스로를 속이며 정말 원하는 것을 하지 못 할까 봐 두려움이 앞선다.
비가 오고 우울한 날씨엔, 나도 날씨처럼 우울해질 때가 있지만, 오늘처럼 맑은 날에도 충분히 슬플 수 있구나 생각하는 하루다. 참 많은 감정과 생각으로 답답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