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근원

꽃다발이 슬프고 신발이 슬퍼요

by 홍진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꺼낼 말이 많지는 않지만 좋았던 날 보다는 내 안에 가라 앉아있던 찌꺼기들이 건들여져 내 감정이 흑탕물이 되는 날, 그때 더 글을 쓰고 싶다. 사람들은 글을 쓰며 감정을 토해낸다고 하는데, 한동안은 그 행위가 시원한것 같았지만 언제까지 토만 할 수 없는 노릇. 나의 토사물은 물론, 비슷한 냄새가 나는 누군가의 토사물조차 싫어졌었다.


나에게서 풍기는 슬픔과 괴로움의 냄새도 힘든데, 누군가의 냄새가 반가울리 없다. 어쩔땐 나도 이런냄새가 나는데, 당신에게서도? 위로가 되었지만 또 어떤날은 지쳤다.


어제 집근처 대학교에서 졸업식을 했다. 꽃다발을 보니 불현듯 엄마가 내게 주었던 프리지아 꽃다발이 생각나 슬퍼졌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 내가 처음으로 계주가 되었을 때. 아빠는 러닝화를 신어야 한다며 저녁에 시장으로 데리고 가셨다. 그리고 온가족이 함께 프로스펙스에 들어가 운동화를 샀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내가 달릴 때, 내 옆에서 함께 뛰어주던 아빠..


그리고 난 아직도 어린 아이들이 새학기라며, 혹은 신발이 작아졌다며 새 신발을 신은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슬픈 감정이 올라온다. 오늘 졸업식 꽃다발도 나에겐 슬픔이였다. 나의 슬픔의 근원은 어디일까


그저 어린 시절, 가난때문에 힘들었던 엄마를 보며 자랐기 때문에, 그 신발은 아빠의 노동의 댓가와 바꾼것이기 때문에.. 그 물건과 사람을 동일시 하는 마음이 크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난 초등학생때도 엄마가 싸준 도시락은 남기지 않았다. 그 반찬이 곧 엄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 후, 엄마가 준 반찬도 그랬고.. 엄마가 아이들에게 사준 장난감도 그랬다. 물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다보니 난 지금도 버리는걸 잘 못한다. 여전히 발에 치이는 물건들이 많고, 쌓여있는 물건들을 볼때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라 때때로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버리지를 못한다. 어느날은 오늘은 진짜 정리해야지! 마음먹고 쓰레기봉투 50L 두장을 사왔는데.. 도대체 버릴게 하나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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