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츠려들게 만든

가난

by 홍진이

지난 주말, 남편이 지인 아이의 돌잔치에 간다길래 나도 남편차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따라나섰다. 돌잔치에 간건 아니고, 근처에서 아이들과 놀만한 곳이 있나 검색해보니 최근 sns에서 봤던 아이들 체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이때가 기회다, 애들도 좋아하겠지?


저녁시간이 되니 식사는 이제 끝났다길래 근처 식당으로 가려고 카페에서 나왔다. 구도심 느낌의 동네라 밖에 나오니 문 닫은 아울렛 같은 콘테이너 박스들이 즐비한 곳이 스산하고 어둡게 느껴졌다. 그 날의 어둡고 차가운 겨울의 공기가 나를 20대로 돌아가게 했다.


대학생 때, 우리집이 정말 어렵구나. 아니 가난하구나, 망했구나.. 싶었던 시기가 있었다. 여러 번 이사를 다니기는 했지만 '자가'의 개념 없어도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를 집에 데려다 주던 친구 한명이 "너는 왜 이렇게 이사를 자주다녀?"라고 묻더라. 그러면서 아 우리는 집이 없구나,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철 없던(?) 시기를 한참 지나 대학생 때는 갑자기 살던 집에서 쫓겨나오듯 이사를 가게 되었다. 엄청 부자였는데 사업이 망했다거나 하는 드라마속의 얘기가 아닌, 그냥 평범한 삶도 간신히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고 돌이켜보면 없는 살림에도 엄마 아빠는 내가 그렇게 느끼지 않게 해주셨던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들과 카페에서 나와 식당에 가던 그 밤에, 더이상 갈 곳이 없을만큼 바닥으로 내려갔던 날이 떠올랐다. 어찌저찌 수소문 끝에 엄마의 지인이 사용하지 않는 집이 있다고 해서 이삿짐들을 다 보관용 컨테이너로 보내버리고, 캐리어 하나만 끌고 그 집에 가게 된 날.. 내 집도, 우리 동네도 아닌 낯선 곳에 도착해 저녁이라도 먹자, 하고 들어간 식당에서 무한리필 반찬이 반가워 내 집처럼 편안했던 그 날이. 돈이 없으니 얻어 걸린 무한리필과 방석을 깔고 앉았떤 따뜻한 식당 바닥이 왜이리 좋던지.. 내집이였으면.


아빠도 없이, 돈도 없고 힘도 없는 그때 엄마의 감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아이들 밥을 먹이려고 나온 그날의 차가운 공기와 동네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 시절의 엄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남편은 근처에 돌잔치행사장에 있었고, 우리를 곧 데리러 올것이고, 난 그때처럼 집이 없는것도 아닌데.. 아이들도 있고 남편도 있는데.. 갑자기 내가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냥 게중에 싼걸로 먹이자 했던 마음이, 됐어 좋은거 먹이자. 하고 아빠는 없지만 더 당당하고 싶었던것 같다. 가장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 부담과 외로움이였을지, 내 어린시절의 우리 엄마를 여자로서 생각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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