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할게 너무 많구나
어젯 밤, 아비투스 라는 책을 완독했다. 이 책에 대해 듣고 구매하기도 전에, 아비투스라는 단어의 발음 자체가 특이하고 강세가 있어서 그런지 요즘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내 머릿속을 쫓아다녔다. 책을 살까 하다가도 집에 짐이 너무 많아 매일 짐에 치여 살며 에너지가 소진되는것 같아 이제 책은 사지 말고 빌려야지.. 고민했는데.. 책이 좋으면 펜으로 줄치고 형광펜으로 긋고 스티커 붙이고 메모까지 하는 스타일이라 대여하면 그럴수가 없으니 먼저 리뷰를 몇개 찾아봤다. 긍정적인 리뷰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리뷰를 보니 또 다시 고민.. 책 하나를 사는데 내 의견보다 남의 의견에 좌지우지 되는 날 보며, 그래 이것도 나구나, 싶었다. 그래 나를 인정하자. 인정한다.
그리고 책을 읽자마자 사길 잘했다! 싶게 너무 재미있게 새벽까지 읽어내려갔다. 형광펜으로 긋는걸로 모자라 필사도 하고, 그걸 다시 블로그에 옮겨 적었다.
아비투스는 결국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데, 무서운게 이 아비투스는 장을 볼때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어릴 때 가정의 형편에 따라 장을 보던 엄마의 모습, 엄마가 고르던 식자재들을 성인이 된 내가 고를 확률은 80%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준 음식을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해 먹을 확률 또한 높겠지. 단편적이지만 그런것이다. 우리 시어머니가 자주 사주시는 간식을, 남편이 마트에서 똑같이 고르고 있는 모습.. 그것도 아비투스였구나. 어려서부터 보고 먹고 경험하고 자주 들었고 영향을 받으며 자라온 사람이 삶에서 무언가 선택하고 결정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들..
아비투스를 결정짓는 일곱가지 자본을 소개하는데, 문화, 언어, 사회, 경제, 지식, 심리, 신체자본이 있다.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자본이 아마도 문화자본이였던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는 엄마인 내가 귀찮아도 아이들을 미술관에 한번 더 데려가고, 문화생활을 할수 있는 기회를 자주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일하는게 중요해서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나 스스로도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영화도 보러가고, 미술관도 박물관도 다녀야겠다고.. 그러고보니 문화생활을 자주, 그리고 잘 하는 가까운 지인이 생각났다. 사실 나는 그걸 못해준다는 생각에 속상하고 때로는 비교하는 마음에 자격지심을 갖기도 했었는데.. 그 또한 그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노력이고,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자산이 될 것이다. 난 그걸로 비교하며 못해주는 것에 대해 불평할게 아니라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내가 줄수 있는 자산들을 심어주는게 내가 해야할 일인것이다.
주말엔 조금 쉬고 싶은 귀차니즘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멋진 아비투스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할게 너무 많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