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것을 구분하는일

내 발이 275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by 홍진이

작년 8월 갑자기 러닝을 시작했다. 그렇게 러닝을 시작한지 1년이 넘었다. 신발 한켤레로 열심히 달리다 최근 큰맘먹고 러닝화 하나를 샀다. 나의 러닝 수준엔 너무 비싼 신발이였지만 오랫동안 사고 싶었던 신발이라 그냥 확! 사버렸다.


발이 큰줄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크게 보이는게 싫기도 해서 어떤건 크게 나오기도 해서 260-265 사이즈의 신발들을 신어왔다. 근데 곰곰이 들여다보면 발이 커보이는거 자체가 너무 싫었던건 아니다. 그냥 원하는 신발을 (특히 여자 구두) 신을수 없다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신발이 나에게 그렇게 의미있는건 아니였어서..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사면 다 뜯어지도록 그 신발 하나만 신어도 아무렇지 않은 나였다.


그냥 발이 크니까 그게 싫어서, 아니 생각해보면 그리 싫지도 않았다. 그냥.. 어쩌면 솔직하게는 아무렇지 않다. 그냥 내 발은 참 크구나. 원하는 신발은 신지 못하거나 너무 커보이긴 하지만 싫은 정도도 아니였다. 생각해보니 그렇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수월했던것 같기도 하다. 뭘 받아들여야 했냐면, 내 발이 사실은 270라는 사실을!


러닝화는 0.5-1치수 크게 신어야 한다며 275를 권해주셨고, 너무 길어보이는 신발이였지만 나의 발엔 맞는 신발이였기에 결국 그 신발을 구매했고, 그 신발로 매일 달리고 있다. 근데 요즘 들어 할 수 있는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아는것이 지혜라는 사실을 깨닫고 내 발 사이즈를 생각하며 그 일들을 구분하고자 애쓰고 있다.


발을(뼈를) 깎는 노력을 하면 275발 사이즈가 270-260이 될까? 될리 만무후다. 그렇게 내 힘으로는 절대 바꿀수도 고칠수도 없는 태생같은게 있는데.. 어떤것들은 미친듯이 노력하면 바뀌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세상을 통해 많이 봐왔다.


그렇다면 나는 내 발사이즈처럼 바꿀수 없는것들을 바꾸고 싶어 괜한 애를 쓰고 있는건 아닌지.. 아니 많은 사람들이 노력으로 무언가를 바꿔왔던 것처럼 나도 할 수 있는건데, 할 수 없다고 미리 합리화를 하는 핑계는 아닌지... 사실 지금 나는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이긴 하다. 그래서 더욱 할수 없다며, 하기 싫은걸 핑계로 덮고 있나 자꾸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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