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느릿느릿하게 가는 삶

by 벤리

건강검진을 받으면 의사선생님은 항상 "운동하셔야 됩니다." 라고 한다.

중요성을 매우 잘 알면서도 잘 안하게 되는 것이 운동이다.

특히 직장생활 + 3남매 육아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개인 운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히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내의 재가를 맡아,

3년만에 풋살 & 축구 동호회에 참석하고 있다.

3시간 정도를 뛰고 나면 약 15,000걸음, 11km, 680kcal 결과가 애플워치에 표기된다.

사람들과 재밌게 공도 차고 운동도 된다면 이만큼 나에게 좋은 운동이 어디있겠는가.


그리고 지난 일요일 정말 몇 년만에 대구장 경기를 뛰었다.

몇 주만에 체력도 올라왔고, 우려했던 대구장 경기에도 나름 잘 적응했다.

2시간을 뛰고 3시간째 경기로 들어설 무렵, 상대방 수비수에게 발목을 채인다.




발목을 채인 그날 저녁부터 걷는 것이 힘들어졌다.

다음날 발목이 많이 붓고 쩔뚝거려야만 했다.

다치지 않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다보니 다리와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업무시간 잠깐 양해를 구하고 치료를 받으러 한의원에 가는 길이 매우 길게 느껴진다.

겨울에도 밖에 나갔다오면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걷던 나였는데,

이제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이 어려워 졌다.


그 좋아하는 축구를 3년만에 다시 시작한지도 얼마 안돼서 부상이라니..

내가 잘못해서 발생한 부상이면 덜 억울하기로 하지..

퉁퉁 부어있는 발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발목 부상으로 인해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느릿느릿하게 변했다.

출근 후 주차장에서 사무실까지 가는 길.

치료를 받으러 한의원까지 걸어 가는 길.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길.

아이들을 씻기는 일까지.


그동안 후다닥후다닥 처리하던 것들을 요즘에는 매우 느릿느릿 처리하고 있다.

나는 뭐땀시 그렇게 바쁘게 살아왔던걸까.

발바닥에 땀나도록 바쁘게 살았던 삶이 내 몸의 한 부분의 통증 때문에 느려지게 되었다.


발목이 낫게 되면 내 삶은 다시 바쁘게 돌아가겠지만,

이렇게 잠깐은 느리게 돌아가는 삶도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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