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나
너를 통해 나는 나를 알게 된다.
너는 나를 통해 너를 알게 될 것이다.
문득 화장실의 거울 유리가 습기에 가득 차 뿌예진 것을 보고, 어쩌면 너와 나의 모습이 딱 이런 것 아닐까 싶었다.
뜨거운 열기로 인해 수증기가 가득 차 있을 때처럼 우리 사이가 너무 가까워 열기가 가득하면, 우리는 몽롱하고 흐릿한 정신으로 내가 너인 것 같고 너가 나인 것 같아진다.
거울 속의 비친 모습은 흐릿한 테두리와 실루엣일 뿐이라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러면 너와 나는 이 열기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 모호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너는 나처럼 나는 너처럼 되길 바란다.
그러다 환기가 되고 열기가 빠지게 되면, 거울에는 다시 나의 모습이 비친다.
나는 자각한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우리는 절대 같은 사람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너와 나는 다르다.
다르기에 나는 알 수 있다.
나는 언제 기쁨이 가득 차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인지.
나는 언제 울분이 가득 차 분노와 슬픔이 섞인 그 진흙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사람인지.
이 모든 걸 몸소 겪고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해 본다.
너라는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