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백영은 홍차를 기억했다.
"우리가 반가울 사이던가요?"
홍차도 백영을 기억했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두 인간은 이브모즈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임상실험 시행자와 대상자의 관계였다. 홍차의 상처는 여전했다. 다연 한 사람이었을 때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듯 했지만, 전 애인이 같은 곳에 상처를 후비는 바람에 나을 겨를이 없었다. 백영은 돈이 필요했다. 성매매도 돈이 되었지만, 좀 더 인간이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홍차 앞에서 발가벗은 몸은 차라리 옆에 있는 작은 박스에 갇힌 하얀 쥐를 부럽게 만들었다. 맨 몸을 가릴 천조각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좀비장애인은 여전히 말 그대로 실험체에 불과했다.
"이렇더라고요. 여전히 인간으로선 대우 받을 수가 없나봐요."
"인간으로 대우 받고 싶어해야 말이죠."
홍차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