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
“우리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던 거야,
잠깐 서로 못본다해도 아무 일 없이 꼭 만난다는 걸“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매일 한 몸처럼 붙어있던 아이를 복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떼내어 어린이집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어린이집 등원 첫날, 알록달록 곰돌이 인형이 그려진 어린이집 문이라는 두꺼운 막을 사이로 나도 울고 아이도 울었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에 나온 구절을 접하고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었다. 살점이 떨어져나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온 그 시기, 그림책이 내게 다정히 말을 걸어오는 듯 했다.
“괜찮아, 아이와 잠시 떨어져있지만 다시 만날거니까아이는 그 믿음으로 잘해낼거니 걱정마”
노란색 표지인 그 그림책의 온기를 느끼듯 품에 안고 돌아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조곤조곤 속삭이듯 읽어주었다. 당시 3살이었던 아이는 그림책의 심오한 의미까지는 몰랐겠지만 하나는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이 끝나면 엄마가 데려온다는 것. 잠시 떨어져있지만 다시 만난다는 것. 그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도 나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위안을 받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도서관에 있는 모든 그림책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어서 책 페이지를 펴 읽어보라고. 지금 힘든 당신에게 중요한 삶의 질문을 던져주고 위로해줄 무언가가 이 그림책 안엔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그 이후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매주 그림책 한권을 읽어준 뒤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너는 어떨때 가장 행복하니?”
“주인공처럼 높은 곳이 무서운 적이 있었니? 어떻게 극복했니?”
“네가 가장 슬픈 순간은 언제니?”
그 순간은 오롯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의 마음으로 쓴 책이니 어른인 우리가 조금이나마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진정한 내 자신에 대해 알아가게 만드는, 어쩌면 그 어떤 철학책보다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훌륭한 장르인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여러권의 그림책을 만나며 그림책에서 내 삶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해나가고자 한다. 부단히 나가는 그 여정 속에서 내 마음의 정원도 더없이 포근하고 울창하게 가꾸어 누군가가 내 마음의 정원에서 편안히 위안받을 수 있게끔 말이다.
앞으로 어떤 그림책들이 내게 어떤 말을 걸어올지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유유히 도서관 그림책 서가를 헤엄쳐다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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