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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Sep 18. 2024

새빨간 질투-질투라는 감정에 대응하는 나만의 비법은?

누군가에 대한 질투를 솔직히  인정하고 그를 자양분삼아 발전하는 것.

이따금 새빨간 질투가 불쑥 솟아날때면

빨강은 가만히 누워 가을 하늘을 바라봐

온몸으로 받아들여 더 빨갛게 익어갈테야.

     

 그림책 새빨간 질투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자신의 인기를 위협하는 파랑에 대한 질투심을 뭉게뭉게 피우던 빨강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빨강이가 파랑이를 없애는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파랑에 대한 질투를 건전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그 질투심을 자신의 성장을 위한 좋은 자양분으로 삼는 다는 다짐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그림책을 읽으며 새삼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질투라는 감정은 지금 이순간에도 부지불식간에 나타나는 흔한 감정이다. 분노 화 라는 감정에 비해 다소 등한시 되는 질투라는 감정. 하지만 잘못 다루면 그 어떤 감정보다도 무서운 위력을 가진 것이 바로 질투다. 질투라는 감정이 발연점을 넘어서게 되면 무섭게 타올라 누군가의 생명까지도 위협하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좁디 좁은 땅덩이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나라,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피곤한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sns만 보아도 남들보다 좋은 집과 차, 명품 가방, 럭셔리한 호텔 등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이 넘쳐난다. 누워서 손가락하나로 카메라 모양의 붉은 어플을 터치하는 순간, 우리는 수 많은 자극에 노출된다. 그 자극은 우리의 마음 속에 순식간에 파고들어 구석구석에 질투의 불씨를 키운다.

 나보다 잘난 사람이 화수분처럼 넘쳐나는 그 공간에서 우리의 마음 속은 삽시간에 질투라는 화염 속에 휩싸여 어깨는 축 쳐지고 무릎은 구부러지기 일쑤다. 그러다보면 결국 내 존재는 납작하게 변해버리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직업 상 안팎으로 수많은 선생님들을 접하는 하루하루, sns프로필을 가득 채운 화려한 경력들. 그리고 피드엔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 현란한 수업자료와 내용들을 보며 나는 한없이 쪼그라들고야 만다. 강사, 유튜브 크리에이터,작가 등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도 이런저런 활약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처음엔 동경의 눈으로 보다가 괜히 샐쭉해졌다가 나중엔 나는 왜 이모양일까 하며 나 자신을 나무라기도 한다.


 이 그림책 속 빨강이도 잘 나가는 파랑이에 대한 질투를 키우다 결국 새빨간 지우개로 파랑의 흔적을 다 지워버린다. 나도 속마음으론 잘나가는 누군가를 새빨간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마법의 지우개는 없지만 그 대신 연락에 갑자기 소홀하다던지, 피드에 뜬 사진을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한다던지, 날선 말을 은근히 날리는 등 소심한 방법으로 질투를 에둘러 표현하는 비겁한 방식으로 그들의 파랑을 지우려 한다.


 그림책 속 빨강이는 파랑의 흔적을 다 지우다 어느 덧 자신이 가진 색마저 빛바랬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크게 반성한다. 사실 그 질투의 근원은 자신도 빛나는 파랑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에서 발현된 것. 밀어내야만 하는 나쁜 감정인 줄 알았던 질투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게 해준 고마운 감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질투라는 감정을 좋은 자양분으로 삼아 자신을 더 성장시키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이는 내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도 누군가가 가진 빛나는 파랑을 비겁한 방식으로 지우고 나선 마음이 후련해지기 보단 무거운 돌멩이 하나 더 들여놓은 듯 복잡한 감정이 들었으니까.


 누군가에게 질투가 날 땐 그 질투의 바탕에 깔린 나의 진심.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는 sns상 수많은 훌륭한 선생님들을 보며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려 한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선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수없이 내게 날아드는 질투라는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또 부딪혀보며 찾아나가려 한다. 질투를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압력으로 생각하지 말고,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자극제로 삼는 것이다.


 글을 잘쓰는 사람을 보며 나도 문장가가 되기 위해 애쓰려 노력하고, 수업연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며 나도 나만의 수업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선한 자극말이다.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와 수없이 비교하며 질투라는 화염에 휩싸여 나 자신을 작게 만드는 대신, 그 질투를 질좋은 자양분으로 바꾸어 나 자신을 크게 성장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시시각각 나를 납작하게 만드는 질투라는 감정에 대응하는 좋은 자세가 아닐까?


 나도 이따금 마음 속에 새빨간 질투가 솟아날때면, 푸르른 가을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질투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내가 가진 빨강을 가을녘 단풍처럼 붉게 익도록 만들어가야지.    


#질투

#새빨간질투

#질투를좋은자양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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