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 가장 마음이 편안한 날이라서.
아침에 브런치 글에서 수능시험이 왜 목요일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이었지만 왜 목요일인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내겐 나름 신선한 글이었다.
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들에게 불쑥 질문을 던진다
.
“얘들아 수능시험은 왜 목요일에 볼까?”
나는 가끔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해 아이들에게 묻곤 한다. 그 이유인즉슨 세상의 때가 가득 묻은 어른들의 답보다 티끌없는 순수한 아이들의 답이 들어맞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나의 느닷없는 질문에 잠시 동그란 눈을 하고 쳐다보던 아이들. 잠시 뒤 한 아이의 답을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내가 던져놓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월요일은 주말을 지나고 와서 너무 피곤하니까 집중이 안될 것 같아요. 화요일은 월요일 다음이라 피로가 완전히 안풀렸을 것 같구요. 수요일은 뭔가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마음이 붕 뜰 것 같구요. 금요일은 다음날이 주말이라 들떠서 또 집중이 안될 것 같아요. 근데 목요일은 적당한 날이예요. 다음날이 금요일이라 마음이 적당히 가볍고 월화수를 보내고 나서 마음도 덜 무겁구요
자신들의 일주일 학교생활을 미루어보아 추측해낸 목요일 수능의 이유. 아이들 다웠고 단순했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능했다. 수능을 치르는 아이들도 이 아이들처럼 목요일은 적당한 날로 여기고 성장했을테니까. 어른들이 복잡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아이들은 자신들의 시각에서 명쾌하게 해답을 찾아낸다.
이런 질문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나니 아이들은 오늘 하루 모든 활동에서 수능시험과 대입해본다. 미술 판본체 연습을 하면서도
“지금 언니오빠들 시험 열심히 보고 있겠지 나도 열심히 연습할거야”
5교시 사회단원평가를 볼 땐,”지금쯤 무슨 시험을 보고 있을까 나도 수능보듯 열심히 답을 쓸거야“
여느때완 다르게 수능시험을 보는 언니오빠들의 상황에 자신들을 대입해보며 열심히 라는 주석을 다는 귀여운 아이들. 오늘 아이들은 수능시험날 덕택에 좀 더 정성을 다한 목요일을 보내었다.
아이들의 말대로 적당한 목요일에, 마음에 큰 부담없이 적당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적당한 꿈을 잘 찾아나가는 목요일 수능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이 아이들도 8년 후엔, 적당한 목요일에 적당한 마음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오늘 이 순간을 떠올리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겠지. 그 모습을 그려보자니 괜스레 애틋한 마음이 된다.
얘들아, 8년 후의 찬란한 목요일을 위해 매일 수능시험을 치르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해볼까? 오늘처럼 열심히 라는 주석을 부지런히 달아가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