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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몬스터. 서로 이해받고 싶은 선생님과 제자

서로의 입장에 서서 오래 두고 대화 나누며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찾아주기

by 이유미 Mar 22. 2025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선생님들과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첫째 아들이 흥미롭게 읽었던 책인 오싹오싹 당근의 저자 피터브라운의 "선생님은 몬스터" 그림책 맨 앞장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이 내 가슴에 착 붙어 오늘은 본문 내용이 아닌 작가의 말로 그림책 에세이를 시작해본다.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는 마치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의 관계 만큼이나 복잡다단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교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있다보니 서로간의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장막이 하나 쳐져 있는 느낌이랄까? 너무 가까워져서도 멀어져서도 안되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매해 학기 초가 되면 나는 한 반에 한 명씩은 존재하는, 나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이상으로 많이 요구되는 몇몇 아이들로 인해 늘 위장장애를 앓곤 한다. 내 자식의 천 길 같은 속도 모르겠는데 만난지 채 한 달도 안되는 아이의 속내를 아는 것은 정답지가 찢어진 고난이도의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도 같은 막막한 심정이다. 올해도 예외없이 내게 그런 아이가 불쑥 찾아왔다.


 첫날부터 말끝마다 아닌데요? 그런데요? 를 주석으로 달며 예의없는 말투로 내 심기를 긁어놓더니, 수업시간엔 늘 손에서 풀이나 가위 등을 놓지 않고 만지작 거리고,공책정리는 애시당초 포기해버렸으며, 앉은 자세도 다리 한 쪽은 늘 짝다리를 짚는데다, 쉬는 시간엔 만화책을 들고 복도를 어슬렁거리다 종이 치고 들어오기 일쑤. 급식시간엔 점심을 안먹고 젓가락으로 장난치다 바닥에 떨어뜨리기 바쁘고, 친구와 조금만 부딪혀도 눈에 핏대를 세우며 자신의 잘못은 쏙 감추고 다른 친구의 허물만 드러내기 바쁜. 설명만으로도 입아프고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아이.


  교사라는 직업이 참 힘든 순간이 바로 이런 때다. 한 번 쓱 지나가다 보는 동네아이와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을 선사하는 반 아이들. 일년 내내 서로 모습도 다르고 성향도 다른 스물네댓명의 아이들을 안고 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데, 거기다 지도가 통하지 않는 아이까지 있다면 그 무게는 순식간에 한도초과가 되어버린다. 수용인원무게 초과로 엘레베이터에서 삐 소리가 연신 울려대는 채 일년을 보내야하는 심정이랄까.

 

 첫날엔 아이를 조용히 불러다 "선생님은 일년동안 너를 미워하고 싶지 않아. 네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선생님은 계속 노력할거야" 라고 타일러보기도 하고, 그 다음 날엔 아이의 장점. 수업 시간에 이해도가 좋아 발표를 잘한다는 장점을 있는 힘껏 이끌어내어 칭찬도 해주었다가, 급식 시간에 오렌지를 더 먹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내 몫을 떼주기도 하는 등. 첫날부터 미운털이 박혀 내 머릿속에서 선입견이 생겨버린 아이를 미워하지 않게 부단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내 노력에도 불구 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학급규칙을 가뿐히 무시하고 친구들과 잦은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 이 아이로 인해 내 퇴근길은 늘 두 발에 바윗돌을 얹은 양 천근만근이었다.


 교사라는 직업이 힘든 것 중 또 다른 하나. 퇴근 후 교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무자르듯 단칼에 잘라낼 수 없다는 데 있다. 그 일들은 뫼비우스띠 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며 일년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나는 그 띠위에 계속 올라타서 내려올 수 없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내 지도가 통하지 않는 아이에 대한 무력감이 퇴근하는 내내 내 온몸을 감싸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밥을 떠먹으면서도, 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순간에도 안개처럼 쉬이 걷히지 않고 내 머릿속을 떠돌고야 만다.


 얼마 전, 동료선샌님과 얘기하던 중 그 선생님이 한 말이 인상깊어 아직도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작년에 반에 힘든 아이가 있었는데 글쎄 제주도 여행을 가서 염원하던 런던베이글을 한 입 베어무는 순간에도 그 아이 생각,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그 아이 생각을 했다니까요."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그 마음을 십분 공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생님은 몬스터에서도 우리 반 아이만큼은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는 바비와 그를 제지라는 커비 선생님이 등장한다. 바비의 눈에 비친 커비 선생님의 모습은 초록색 얼굴에 뾰족한 이빨. 그야말로 슈렉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수업시간 중 종이비행기를 날린 바비에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훈계를 하는 괴팍한 커비선생님. 서로에게 두꺼운 장막이 쳐지는 순간이다.


 그러다 다가온 주말에 밖으로 놀러간 바비는 우연히 커비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학교가 아닌 장소에서 만난 둘은 서로를 칭찬해주며 스승과 제자관계가 아닌 서로 도움을 주는 따듯한 관계로 바뀐다.  학교에선 선생님의 화를 촉발하게 만든 종이비행기가 바깥에서는 서로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하나의 매개체로 바뀌며 둘 사이에 놓였던 두꺼운 장막은 얇은 종이로 바뀌어간다.


 그림책에서 눈여겨 볼 점으로 처음 바비의 눈에 비친 괴물같은 선생님의 모습이 그림책 후반부로 갈 수록 평범하고 아름다운 선생님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학교에 돌아온 바비.. 학교라는 공간에서 다시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돌아온다. 바비는 또 다시 종이비행기를 수업시간에 날리기 시작하는데.. 이 장면에서 역시나 아이들의 행동은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끼고 우리 반 아이의 모습이 겹쳐보이며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모습에 수업에 방해될 까 염려해 어쩔수 없이 훈계를 하는 선생님.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바비의 눈엔 , 예전의 괴팍하고 다소 흉측하던 모습의 몬스터선생님이 아닌 자신의 잘못을 따끔하게 일러주는 선생님의 역할에 충실한 초록빛 얼굴의 선생님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바비에 눈에 비친 선생님의 모습이 변한 장면에서 나는 한동안 시선이 머물렀고, 가슴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뭉근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 아이는 그전의 아이들과 다르게 늘 수업시간이 끝이 나면 내 곁을 맴돌곤 한다. 수업시간에 보여준 특이행동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물론 예의없어보이는 말투는 여전하지만 내게 이런 저런 말을 걸며 관심을 건네오고 자신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대화를 시도하곤 한다.


ㅠ나는 그 시간엔 수업일과 중의 긴장을 풀고 오늘 있었던 좋지 못했던 행동을 하나씩 늘어놓으며 조언을 하고, 아이의 말을 들어준다. 그 시간에 만난 아이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초록빛에 뾰족한 이빨을 가진 악동이 아닌, 하얀 낯빛에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는 아이의 진면모가 그때서야 드러난달까. 아마 아이의 눈에도 내 모습이 그런 모습으로 보일까? 아이와 내가 학교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친분을 맺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그 아이의 행동이 지금처럼 내 속을 앓게 만들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안다,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고, 스승과 제자관계에선 지켜야 할 거리가 있다는 것.  아직 어린 아이에게 그런 것을 늘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스승의 의무이고, 아이가 학교일과 중에 벌이는 일련의 모든 행동을 그저 머리아픈 무언가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충분히 변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열어두며 반복 지도를 해가는 것. 그리고 수업시간 후에는 서로의 가면을 벗고 인간적으로 다가가주어 수업시간에 어쩔 수 없이 혼내야하는 것을 진심어린 충고로 받아들이게 해주는 것이 지금 내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수업시간엔 어쩔 수 없이 몬스터가 되더라도, 수업 후엔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동네 친한 이모가 되어주며 완급조절을 해나가며 일년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몬스터가 되어야 하는 순간이 있으므로. 나도 그렇지만 이 아이도 수업시간에 몬스터가 될 수 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을 이해하며 지도의 끈을 놓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불쑥 솟구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나도 가끔은 몬스터가 돼.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


 겉만 보고 몬스터라고 단정짓지 말고, 그 몬스터의 내면을 오래두고 깊이보다보면 그 속에 숨은 정수같은 아름다운 면모를 언젠가는 보게 될 날이 머지 않을테니.


  정신없이 보낸 3월도 이제 마지막 한 주면 마무리 되는 시점이다. 다음주도 별반 다를 것 없이 우리반 교실 속 바비는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내게 훈계를 듣곤 하겠지만 나는 아이의 머릿속에 몬스터가 아닌 얼굴색만초록빛인 커비 선생님으로 남게 될 그날까지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테다.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서로를 이해할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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