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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지만언제나좋은것들. 반복되지만 좋은 것들은 무엇?

매해 달라지는 환경 속 변하지 않는 좋은 것들에 대해

by 이유미 Feb 22. 2025

“하루에 한 번, 나는 애니메이션을 적어도 한 편은 봐요

일주일에 한 번, 우리 부모님은 내게 용돈을 주시지요

일년에 한 번, 우리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요“


그림책 반복되지만 언제나 좋은 것들에 나오는 구절 중 일부이다. 이 책은 그림책으로 학급운영을 하시는 한 선생님의 밴드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접한 책인데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어 바로 도서관으로 직행해서 품에 안고 돌아온 책이다. 이렇게 좋은 그림책을 우연히 알고 도서관에서 대출해 그것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그 과정은 내게 반복되지만 언제나 좋은 것들 중 하나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브런치 연재글에 꼭 써야지 다짐했다가 새학기 준비로 바쁜 일정 탓에 이주나 미루어졌다.하지만 오늘은 꼭 써내고야 말리라하는 다짐으로 새벽부터 키보드 앞에 앉아 그림책과 독대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부화하며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일주일은 새학기 준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매해 달라지는 학년과 업무. 13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중이지만 새학기는 13번째 반복되어도 늘 내게는 새롭고 긴장되고 버거운 일이다. 일년치 농사를 마무리 짓고 다시 그 이듬해 농사를 준비해야하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내게는 반복되지만 언제나 좋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롭게 만나게 될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혹여나 나와 맞지 않는 아이나 학부모가 있어 일년이 조금 힘들게 흘러가지나 않을까? 나의 교육관이 아이들과 맞지 않으면 어쩌지? 새롭게 하는 업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 어떻게 해야할까? 매해 반복되는 실체없는 불안들도 반복되지만 달갑지 않은 것 들 중 하나다.


 이렇게 매해 새롭게 변화하고 달라지는 교육현장 속에 늘 허덕이며 살아내고 있지만, 다행히도 반복되지만 언제나 좋은 것들도 몇몇 존재한다. 바로 새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선생님들의 열정이다.  바깥의 온도는 여전히 영하를 밑돌고 있지만 학교 현장만은 예외다. 새학기 준비로 이른 아침부터 불이 켜진 교실들. 연구실 마다 쉴새없이 돌아가는 복사기 소리. 자르고 오리고 붙이는 선생님들의 빠른 손놀림. 허리를 굽혀가며 신발장에 이름표를 가지런히 붙이는 모습들. 윙윙 복도에 울러퍼지는 청소기 소리 등. 새학기 아이들을 맞이하는 분주한 움직임들로 전에없이 학교의 공기가 후끈하다. 그런 모습을 보다보면 추운 날씨에 한없이 무력해져있던 내 마음 속에  불꽃이 당겨지는 느낌이다.

 

 한 번은 교실 복도를 지나다 첫째 아들이 올라가게 될 2학년 교실을 지나다 문틈새로 담임선생님이 새학기 준비를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계시는 모습을 흘끗 보았다. 동료교사이자 학부모의 입장으로 그 모습을 보니 가슴 한 쪽이 뭉근해져왔다.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새롭게 만날 아이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 그 모습들을 하나씩 눈으로 담으며 내 온몸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던 새학기에 대한 실체없는 불안을 벗어던지고 교실로 돌아와 두 손을 걷어부쳤다.


 새학기 준비를 하며 늘 반복하는 것들. 노란빛깔의 봄꽃 바탕에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적어넣은 환영합니다 문구를 만드는 것. 교실의 묵은 먼지를 싹 털어내며 내 마음 속 먼지도 털어내는 것. 새로운 시간표를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입혀 교실 벽에 게시하며 칙칙했던 벽면을 화사하게 만드는 것. 첫날 선생님 소개 피피티를 만들며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것. 올해는 아이들과 어떤 활동을 해 볼까 일년을 미리 구상해보는 시간들. 새로이 만날 아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기대에 젖어드는 것. 그리고 새롭게 손을 맞잡은 동료들과 연구실에서 도란도란 수다를 나누며 자료를 공유하고 손길을 보태어 함께 만드는 시간들.


 생각해보니 이런 순간들은 반복되지만 언제나 좋은 것들이었다. 매해 반복되지만 늘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새학기 준비는 나의 두 발목을 늘 무겁게 조여오지만, 새롭게 맞은 교실. 새롭게 만난 동료들. 그리고 앞으로 새롭게 만나게 될 24명의 아이들은 무기력한 나를 다시 일으켜세우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가슴 안쪽 근육이 뻐근해져옴을 느꼈다. 매해 반복되지만 늘 다른 모습과 형태로 나를 찾아와 바람빠진 풍선처럼 무기력했던 나를 거뜬히 일으켜세워주는 좋은 것들이다.


 그리고 또하나 좋은 건. 학교 안에서 매해 달라지는 것들 속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 동료선생님들의 정. 방학 중 오갈데가 없어 함께 출근한 아들을 위해 핫초코를 내어주며 다정히 말을 걸어주는 동료. 자신의 자료를 복사하면서 내 것도 했다며 조심스레 건네는 동료. 새 학기 첫날 아침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막막한 우리를 위해 조언을 건네는 동료. 점심도 거르며 열심히인 선생님들을 위해 자신의 사비로 김밥을 사와서 먹고 하자며 열의를 돋우던 동료. 서로가 서로를 향해 건네는 따스한 정은 작년과 멤버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좋은 것들이었다.


 곧 3월이 다가온다. 새로운 시작을 맞을 준비를 하는 곳이 비단 학교 뿐 만은 아닐 것이다. 매해 새롭게 달라지는 환경 속. 반복되지만 변하지 않는 좋은 것들을 찾아봄이 어떨까 싶다. 낯선 환경과 업무는 늘 나를 두렵게도 하지만, 그 속에서 반복되지만 변하지 않는 좋은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다보면 은은한 행복감이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조금 희석해주지 않을까?


 하루에 한 번, 아침에 출근해서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 마음 맞는 동료들과 근처 카페에서 티타임을 갖는 것

일년에 한 번, 함께 힘을 보태 새학기 준비를 하며 두렵고 막막한 3월을 대비하는 것


내가 학교생활을 하며 느낀, 반복되지만 좋은 것들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반복되지만 좋은 것들이 당신에겐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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