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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지않아. 죽음이 두려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아이의 두려운 마음에 공감하고 따스하게 건네는 위로

by 이유미 Feb 08. 2025

"오늘 너는 이렇게 살아 있잖니.

같이 뛰어 보자. 심장이 쿵쾅거리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거야."


 그림책 죽고 싶지 않아에서 죽음이 두려운 아이에게 엄마가 건네는 따스한 위로가 담긴 문장이다.


 얼마 전부터 아들은 밤만 되면 죽음에 대해 내게 물으며 눈에서 구슬같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다. 이유를 보아하니 남편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검은색 표지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죽음이라는 책을 우연히 보고난 뒤 부터 시작된 것 같다.


 아이는 밤만 되면 두려움이 가득한 눈망울로 내게 "엄마 우리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어?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 순 없어?" 라는 말로 나를 채근했고 나는 그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다 대수롭지 않게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어, 떄가 되면 다 죽는 단다."라고 대답하고야 말았다.  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지 않는 엄마의 무심한 대답에 더 큰 소리로 광광 울곤 했다.


 밤만 되면 반복되는 아이의 울음에 나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대수롭게 여겨선 안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새벽에 깨어 죽음이라는 어둡고 무서운 단어에 대해 좀 더 아이의 입장에서 부드럽게 설명해준 그림책이 없을까 한참을 검색을 했다. 그러다 문득 내 눈에 한 줄기 빛처럼 날아든 한 그림책. 제목은 "죽고 싶지 않아"였다.


 한 블로그에서 나온 책 소개 글에선 죽음이 두려운 한 꼬마아이가 등장한다. 아들처럼 죽음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가진 꼬마 소년. 소년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어른인 엄마에게 죽음은 어둡고 춥고 외롭고 크고 길고 지루하다고 말한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어둡고 춥고 외롭고 크고 길고 지루한 것에도 다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돌려말해준다. 그럼에도 아들은 여전히 죽음이 싫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아이의 마음에 남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달래주기 위해 이불을 덮어주고 함께 심장이 뛰도록 뛰어보는 등 상호작용을 하며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책을 보는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고 눈을 뜨자마자 온몸을 훅 끼쳐드는 한기를 뚫고 근처 도서관으로 달려가 하얀색 표지의 그림책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도 어김없이 죽음이 무섭다며 눈자위가 붉어진 채로 내게 말하는 아들에게 나는 대답대신 조용히 그림책을 건넸다.


 아들을 내 무릎위에 앉히고 꼬마소년이 말하는 부분은 아들이. 엄마가 말하는 부분은 내가, 서로 번갈아 읽기로 했다. 아들은 책을 읽으며 꼬마소년도 자신과 같은 두려움을 가졌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었는지 책에 푹 빠져들었다. 나도 엄마의 마음에 감정이입하여 아들이 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따스히 위안하는 심정으로 최대한 나긋한 목소리로 읽어주었다.


  어느 덧 마지막 구절에 다다랐다.

 "너는 살아 있어 너를 사랑해

앞으로도 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랫동안"


이 부분에서는 아들을 포근히 안아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떨쳐지길 바랬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아들의 표정을 살폈다. 붉어져있던 눈자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하게 변해있었고 입가엔 겨울눈처럼 포근한 미소가 어렸다. 그날 밤 아들은 최근들어 처음으로 울지 않고 썍썍 숨소리를 내며 혼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들은 내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 “엄마 고마워요 어제 엄마가 읽어준 책덕분에 이제 죽음이 조금 덜 무서워졌어요. 지금 이렇게 나는 살아서 엄마랑 손잡고 학교에 갈 수 있으니까요."

나는 아들의 머리를 한번 헝클어뜨리고 식탁 위에 놓인 그림책을 출근 가방에 챙겨넣어갔다.



 개학을 한 지 이틀이 된 학교 교실.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돈하고자 나는 1교시부터 어제 아들에게 읽어준 책을 빼들었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4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도 죽음이 두렵다고 말한다. 평소 생각이 깊은 우리 반 한 여자아이는 유치원때 까지만 해도 죽음이 그냥 하늘나라로 여행가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죽음이란 참 무서운 것이구나 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칼로 베인 듯 몇날 며칠을 아팠다고.


 아들처럼 우리 반 아이들도 죽음에 대해 늘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사실 아이들이 감당해내기엔 참 무거운 단어이다. 어른인 나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고 그 막연한 공포에 가끔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하는 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림책을 읽기 전엔 몰랐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에게 다루기엔 참 버거운 문제라고. 죽음에 대해 물어올 때 뾰족한 해답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죽음에 대한 질문은 아이가 수학문제를 물어올 때와는 다르게 명쾌한 해결책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아이의 질문에 내가 무미건조한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완벽한 해결책 보다는 아이의 생각에 공감하는 진심어린 태도라는 것을 느꼈다. 죽음에 대해 느끼는 아이의 두려운 마음에 엄마도 죽음이 사실 무섭다고 충분히 공감해주되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해주는 것. 따스한 말로 위로해주며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이런 태도가 아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어루만져주고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앞으로 아들은 죽음과 같은 무섭고 두려운 단어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고 어려운 상황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럴때마다 오늘 얻은 교훈으로 무언가 해결책을 내놓으려고 들지 말고 일단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고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좀 더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대한다면 아들은 자신에게 닥쳐올 어떤 어려움이나 고민도 당당히 맞서며 해결하려는 굳은 의지를 지니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학교에서도 죽음에 대한 책을 읽어주고 나서 한 아이가 쓴 독서록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도 늘 죽음이 무서웠는데 선생님이 그림책을 읽어주신 뒤로 죽음에 대해 그 전에 비해 조금 덜 무서워졌고, 앞으로 지금 살아있는 순간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


 엄마로서, 교사로서 늘 명심해야 할 한가지. 아이들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해주고 따스한 위로 건네기. 죽음이라는 단어에 대한 공포심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의 말 한마디로 작은 어깨를 내리누르는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심정으로 말이다.


죽음은 늘 두렵지만 우리는 모두 지금 이렇게 살아있잖아. 지금 이순간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안아주고 방방 뛰고 달달한 코코아를 마시고 웃으며 순간순간을 만끽하자 얘들아.



#그림책에세이

#죽고싶지않아


 



*오랜만에 쓴 글이라 주절주절에, 사실 죽음에 대한 그림책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느라 글이 일주일이나 늦어졌지만, 역시나 글을 쓰고 나니 명쾌해진다. 브런치글을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지 말고 안써지는 날엔 머릿속에 있는 정돈되지 않는 생각을 풀어낸다는 심정으로 써나가야겠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이기도 하지만 일단 나를 성장시키는게 바로 잘 안써지는 글이기도 하므로. 안써지는 글도 부단히 노력하며 써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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