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밖에서 실행했던 다정함에 감동받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교탁위에는 주말을 지낸 아이들의 일기장이 25층 탑을 이룬다. 월요일 아침부터 일거리가 쌓였다는 생각에 가끔 힘에 부치지도 하지만 나는 일기장 검사를 절대 손에서 놓지 못한다. 그 이유는 내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주말풍경을 일기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짜릿함과 일기장 속 아이들의 날것 그대로의 내용에서 그들의 속내도 내심 엿볼 수 있고 그 속에서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다정함도 종종 조우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의 일기를 기다리듯, 아이들도 월요일 아침에 낸 일기장이 어서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손꼽아기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일기장에 아이들에게 댓글을 길게 써주며 평소 내보이지 못하는 다정함을 한껏 보여주기 때문이다. 손이 저려오고 시간을 많이 소요하기도 하지만 나는 일기장에라도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매번 정성껏 댓글을 쓰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는 중이다.
월요일인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일기장 검사로 아침잠을 깨웠다. 맨 위층에 놓인 하늘색의 일기. 별 생각없이 들어 펼친 하준이의 일기에서 돌연 가슴 속에 무언가 뜨끈한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주말에 반친구 두명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다가 길을 잃고 울고 있던 한 아이의 집을 찾아 주었다는 내용. 일기의 말미엔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착한 일 하나를 해서 보람된 하루였다 라는 문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야 말로 다정함을 몸소 실현하고 있는 작은 귀인들 아닐까싶어 가슴이 웅장해지기 까지 했다.
다정함에 대한 에세이를 쓰면서 반 아이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말이 하나 있다. 지나가는 누군가의 슬픔이나 어려움을 모른 체 하지 말고 관심을 쏟아주자고. 타인을 향한 다정함이 곧 나를 향한 다정함이라며 하루에 작게 하나씩이라도 다정함을 실천하자고 했다.
엘리베이터 문 열림버튼을 살짝 눌러주는 일. 뒤에 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살짝 잡아주는 일. 이렇게 살짝씩 하는 행동도 누군가의 마음에 뜨거운 무언가로 가닿을수 있다고 말하며 말이다. 그런 영향인지, 원래 아이들의 마음이 따스해서인지는 몰라도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유독 타인에 대한 선행을 자주 실천하는 편이다. 평소 잘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선행은 일기장을 통해 내게 오롯이 전달된다. 그래서 나는 유독 일기장 댓글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 일기장에 기록하며 선행이 주는 기쁨을 절감하도록 해주기 위해서라도.
내가 힘에 부쳐도 손아프게 일기장에 댓글을 달아주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다정함을 전달하고 싶어서다. 다정한 행동은 선생님이 몸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일기장 댓글을 쓰며 체감한다. 평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못한 채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일기장에서만큼은 세상 다정한 선생님이 된다.
아이들에게 평소 해주고 싶은 말들. 요즘 잘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아이들의 작은 배려의 행동이 마음에 오래 각인 되었을 때 나는 일기장에 서슴없이 그런 것들을 세상 따스한 언어로 표현해준다. 선생님의 정성스런 댓글을 통해 다정함을 느낀 아이들은 또 누군가를 위한 다정함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월요일 일기장 검사를 하며 만난 아이들의 다정함에 나는 더 짙은 농도의 다정함을 녹여 정성스레 댓글을 달아준다. 작은 선행이 주는 기쁨을 몸소 알아버린 너희들이 참 기특하다고. 너희같이 예쁜 아이들이 선생님의 제자라니 마음이 웅장해진다고. 월요일 아침마다 탑처럼 켜켜히 쌓인 일기장을 보며 괜스레 손목이 아파오는 느낌을 자주 받지만, 또 그 일기장 속에서 우연히 만나는 다정함이 주는 온기가 마음에 스미며 또 하루를 힘내어 살 동력을 얻기도 한다.
일기장 댓글을 통해 전달하는 내 다정함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 깊이스며 더 농도 짙은 다정함으로 발화한 뒤 세상 구석구석으로 널리 퍼질 그날까지. 사소하지만 결단코 사소하지않은 이 다정함의 행위를 일기장을 통해 꾸준히 이어나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