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에서 만난 다정함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에 뭉클해졌던 연휴 첫 날

by 이유미

아이들에게 이른바 가을방학이라 일컬어지는 긴 연휴의 첫날. 연휴시작부터 하늘이 원망스럽게도 대차게 비가 쏟아진다. 바쁜 일정 속 못만나던 아들의 친구모임이 있는 날. 예정대로라면 최근 개장한 근처 호수공원엘 가서 피크닉을 하는 것이었지만 비소식에 지난 번 모임때도 시간을 잘 보냈던 동네 키즈카페로 장소를 급선회했다.


한산했던 지난 번과 달리 키즈카페는 연휴 첫날부터 사람들로 발디딜틈 없었다. 어른들은 눈살찌푸려지는 광경이지만 아이들은 그 북적임에 더 활기를 얻는지 물만난 물고기떼처럼 삽시간에 드넓은 키즈카페로 뛰어들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없다.


오랜만에 조우한 첫째 아이의 친한 엄마둘과 구석진 곳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그간 못나눈 수다를 나눴다. 간간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놀고 있는지 서로 교대하며 순시하고 돌아오며 대화를 끊지 않고 이어가며 그렇게 5시간이라는 영겁의 시간을 키즈카페 안에서 보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남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 지 폐장시간 한 시간을 앞두고서야 머리가 땀에 푹 절여진 채 우리 자리로 유유히 돌아왔다. 어느 새 인파로 북적이던 키즈카페는 마치 썰물이 빠져나간 양 한산해졌고 우리 포함 두 팀 정도가 남아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지칠대로 지친 우리도 아이들을 챙겨 나가려는 데 고새 또 우리 아이 포함 네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 사라진 아이들을 원망하는 목소리를 냈다.


“00아 이제 좀 가자 도대체 얼마나 더 놀려고 빨리들 안나오니”


우리 모두의 말끝에는 날이 잔뜩 서있었다.


그 말에 미동도 없기에 이상하다 싶어 이층쪽으로 시선을 두는 데 아이들이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는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무슨 일을 벌이나 의심의 눈초리로 그곳에 올라간 우리는 뜻밖의 따스한 장면을 목도한다. 바로 직원의 움직임에 맞춰 네 아이들이 수많은 인파들이 어질러놓은 주방놀이 장난감들과 인형을 작은 손을 보태 정리하고 있었던 것.


입을 오므려가며 진지하게 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잠시 할말을 잃고 한동안 그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다 일행이 있는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십분여쯤 지났을까? 직원이 아이들에게 “고마워 얘들아”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소리가 키즈카페 허공을 울렸고, 아까보다 더 머리가 푹 젖은 채 네 아이들은 계단으로 일제히 내려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종일 키즈카페 소음에 아이들 순시에 피로감이 엄습했던 엄마 셋은 아이들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서로를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5시간 논 경험보다 10분 누군가를 도와 준 봉사에 마음이 더 풍성해졌는 지 목소리 높여 합창한다. “우리 정리하는 거 도와줬어 잘했지?”

세 엄마는 마치 짜고 치기라도 한 듯 아이들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동시에 합창한다.


“그래 잘 했어. 근데 집에서 정리나 좀 잘하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쉼없이 놀다 지쳐 잠든 아이들을 잠시 힐끗거리다 아까의 일을 마치 입에 사탕을 녹이듯 곰곰 굴려보니 가슴이 뭉근해져온다.


누군가가 힘들게 정리하는 모습을 그냥 보아넘기지 않고 그 힘듬에 잠시 마음을 기울여 정리를 도와주는 아이들의 다정함. 아마 이 아이들은 5시간 몰입해서 노는 것 만큼 누군가의 마음에도 찐하게 몰입하는 능력을 가진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흐뭇한 밤이었다.


“어딜가든 다정함의 촉수를 빳빳이 세상을 따듯한 색으로 물들이는 사람으로 자라길.

부탁이 있다면 그 촉수를 집에서도 자주 세워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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