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쓰레기를 줍는 교장선생님의 다정함에서 뭉클하다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의 학교인지라 매일 아침 나는 등교길의 다양한 풍경을 마주한다. 어제도 변함없이 딸아이를 등원시키고 학교로 걸어가는 데 멀찍이서 노란 조끼를 입고 봉사하는 아이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 전교임원단 아이들이 돌아가며 쓰레기 줍기 봉사를 하는 데 오늘이 그날인가 싶었다. 점점 가까워오는 아이들 틈에서 나는 뜻밖의 누군가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바로 교장선생님이셨던 것. 손에는 아이들과 같은 집게를 들고 등교길을 수놓은?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주워 검정색 봉투에 함께 담고 계셨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나는 코끝이 시큰해져옴을 느꼈다. 우리 교장선생님 정말 멋진 분이시구나.
학교로 남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까 본 그 풍경을 마치 사탕을 입에 넣어 곰곰이 굴리듯 그 장면을 다시금 되새기니 마음이 뭉클해져왔다. 노란조끼를 입고 봉사 중인 아이들도 참 대견하지만 아침 일찍 부터 아이들과 함께 힘을 보태는 교장선생님의 다정함. 그 다정함이 그 날 하루 종일 내 마음을 뜨끈하게 데워주었다. 교실로 돌아와 반 아이들에게도 그런 교장선생님의 일화를 이야기 나누며 참 대단하신 분이라며 함께 칭송하며 시작했음은 물론이고.
얼마 전, 친한 동료가 교장선생님 이야기를 하며 자신도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둘째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고 인사를 드리러 간 교장실에서 뜻밖의 다정함을 느꼈다고. 자신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해주신 교장선생님의 첫마디를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고 했다.
"에고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 많았지요? 수고 많았어요. 학교생활 하려면 또 힘들텐데 건강 잘 돌봐가며 하세요"
첫째 육아휴직 후 복직 때는 들어보지 못한 말이라서 더 가슴에 콕 박힌 말이라고 했다. 보통은 별 언급없이 수고하세요 라는 딱딱한 말만 돌아오기 바쁜데 교장선생님의 진심어린 한 마디는 동료의 머릿속에 꽤나 오래 남아 지금도 어딜가면 교장선생님께 들은 말을 언급하며 좋으신 분이라고 칭송한다고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면 시선도 함께 높아져서 아래에 있는 것들은 간과하기 쉬운 탓에 나온 말이겠지. 나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생각해준다 해도 선생님의 자리에서는 오롯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래도 내가 손윗어른인데. 당신보다 높은 직위인데. 나는 선생님인데 하며 자신의 눈높이를 하늘로 추켜올리기만 급급하다보니 자신의 눈높이에 들어오지 않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침에 허리 숙여 아이들과 같이 쓰레기를 줍는 교장선생님, 복직한 수많은 사람 들 중 한 명의 선생님에게도 마음을 다독이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내어줄 줄 아는 교장선생님. 회의시간마다 선생님들 시간 잡아먹을 까 늘 간결하게 할 말 마치시며 말끝에는 늘 건강돌보세요. 라는 말을 꼭 잊지 않으시는 교장선생님. 나는 그분을 보며 새삼 내가 가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가만히 되뇌어본다.
선생님의 자리에서 선생님의 시선으로만 아이들을 대하지 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대하는 따스한 품성을 지녀야지. 교실청소시간에 아이들에게만 1인1역 열심히 하자 라고 말하지 말고 나도 함께 조용히 교실 쓰레기를 주워섬기고, 수학 시간에 소수의 덧셈을 어려워해서 아무리 설명해도 눈만 굴리는 아이를 답답하게만 여기지 말고 너도 참 어렵고 힘들지?찬찬히 해보자. 조금만 더 하면 할 수 있어.라는 다정한 말을 내어주는 선생님이 되어야지. 라고 반성하게 되는 하루다.
교장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다정함은, 교사들에게도 이어지고 학생에게도 이러지는 선순환의 굴레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