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로 만든 전채요리 - 안부

구조로 표현한 그리움

by recitect

약 몇 주 전, 한 번은 배추로 레시피를 짜고 싶었습니다.


한식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제가 선호하는 양식 기반 조리법에 동양적인 향을 더해보고 싶었죠.


된장은 제가 평소 잘 쓰지 않던 재료였습니다만, 배추와 조합할 동양적인 베이스를 고민하다가, 언젠가 한 번은 써봐야지 생각만 해두었던 된장이 떠올랐고, 이참에 향의 요소로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형태는 오일로 변경, 구조를 다르게 구성해 조합해 보았습니다.


레시피를 설계하며 배추와 된장을 계속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추 된장국이 생각났습니다.


그 국물 특유의 슴슴하고 구수한 향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고, 시골, 은은함, 할머니라는 키워드를 녹여내면 좋겠다고 느껴 주제는 그리움으로 확정 지었습니다.


이런 정서는 애초에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구조를 완성해 가면서 오히려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뒤늦게 따라온 셈이죠.


그래서 플레이팅 역시 그 감정을 기반으로 나타내게 해 보았습니다.


검은 접시 위에 둥글게 일부만 펼친 부드러운 퓨레는 흐릿한 오래된 기억을 상징하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배추는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배추 위에만 더한 산미 있는 소스는 앞서 표현한 것과는 다소 대비되는 맛의, 지금의 현실을 나타냈습니다.


레시피를 만들다 보면 처음엔 단순한 조합에서 출발해도, 중간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키워드가 생기고, 그걸 다시 설계 안에 녹여내는 과정이 생깁니다.


이 메뉴도 그랬습니다. 처음엔 배추와 된장의 조합을 시그니처 디쉬로 풀어볼 생각이었지만, 완성하고 나니 ‘그리움’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메뉴가 되어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은 설명하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리움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단순한 재료에서 시작된 레시피가, 예상하지 못한 감정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저에게도 인상적인 작업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만든 레시피중 감성 메뉴중 하나인 '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다음 레시피 소개부터는 '접시에 올린 이야기'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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