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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May 03. 2023

제발 살아만 다오.

'한두 시간 만에 수술이 끝나는 것은 그만큼 손댈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머릿속은 외과 과장님 말씀만 맴돌고, 병원으로 가는 길은 천 리마냥 멀게 느껴졌다.


차에 태워 매번 가는 곳은 병원이었다. 조막만 한 아기 때부터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며 너를 키웠다.  그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요즘차를 타면 온몸을 떨고 호흡이 가빠오고 심지어 구토를 하기도 한다. 고관절과 슬개골 수술을 했으나 너의 다리는 몸무게를 이겨낼 만큼 튼튼하지 못했고 차를 이용하지 않고 곳에서 바람을 쐬기에는 유모차만 것이 없었다. 유모차를 타면 밖으로 나간다는 것을 알았고, 유모차 바라기가 되었다. 우리는 유모차를 이용해서 다닐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엄마 아기, 엄마 사랑이, 엄마 천사, 엄마 복땡이, 엄마 보물, 엄마 이쁜이, 엄마 강생이 뽀' 너를 부르는 이름은 이렇게나 다양하다. 9년 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우리는 가족이 되었고, 너는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 나는 너를 낳지 않았으나, 너는 새끼임이 틀림없다.



그동안 여러 번의 수술 경험이 있는 너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애를 태운 적은 없었다.

대기실에서의 시간이 계속될수록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웠다.

‘개복 후 가능성이 적다면 다시 닫고 너를 살려달라고 했는데, 설마 이 멀리까지 와서 이렇게 끝난단 말인가?’

‘하느님, 여기서 이렇게 끝내시면 저는 앞으로 열심히 살지도, 착하게도 살지 않고 이제 막 살 겁니다.’ 하느님께 협박도 해 본다.      


심장은 오그라들고 머리는 터질 듯 한 통증이 왔다.

나의 눈은 점점 분노로 가득 차고, ‘아~~~ 악~~~’ 목구멍에서는 오열이 터져 나오려 한다.

‘뽀, 조금만 더 힘을 내어보자. 제발 살아만 다오. 엄마와 함께 부산으로 돌아가자.’  보이지도 않는 너를 향해 혼자 수십 번을 되뇌어 본다.



그렇게 대기실에서 두어 시간이 더 지났을 때 너의 수술이 끝났다는 소식이 왔다.  

' 혈압이 300까지 올라갔다가 4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여 수술이 힘들었다. 신장 하나는 적출하고 나머지 계획된 모든 수술은 마쳤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수술 못하는 줄 알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참았던 울음을 토해내 듯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최근에 수술은 성공했으나 입원실에서 회복하는 동안 무지개다리를 건넌 경우가 있었다. 회복 과정에서 인지 기능의 장애가 올 수도 있고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최대 1주일까지는 경과를 지켜봐야 하며 오늘, 내일이 최고 고비가 될 것이다. 한밤중이라도 위급 시 전화가 갈 수도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나머지는 뽀가 힘을 내어 잘 회복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 외과 과장님의 말씀은 여전히 따뜻했다.      



입원실 먼발치에서 너를 보았다. 목숨을 건 위험한 수술을 이겨낸 대견한 내 새끼가 보인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안아보고 싶었지만 산소호흡기를 비롯하여 너에게 달린 줄이 6개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도 못한 듯, 눈을 못 뜨고 있다. 복부의 대부분을 절개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제발 살아만 다오. 이제 눈을 뜨고 식욕을 되찾고 기운을 내어,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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