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모르는 무언가가 진행된다는 의심, 두려움
등을 갖지 말기를 바랍니다
근무 시간 중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엄마에게서 왔는 데, 사야 하는 생필품 구매 링크나 황당한 인터넷 기사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링크는 온데 간데없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끼 손톱 만한 고양이 이모지만 가득이었다. 엄마가 유료 이모지를 쓸 리는 없을 것이고, 카카오톡에서 무료로 신상 이모지를 배포하고 있겠 거니 짐작했다.
'너무 귀엽다.' 이벤트 페이지를 찾아서 기어코, 무료 이모지를 다운 받았다. 새로 나온 이모지는 고양이 캐릭터 상체와 하체를 적절히 조합해서 허리가 긴 고양이로 만들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런데.' 귀여운 이모지를 얻은 기쁨은 금방 가시고,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환갑 지난 엄마보다 유행에 뒤쳐지다니, 망했다! 같은 위기감은 아니었다. 엄만 나보다 인터넷 문화에 빠삭 하다. 유튜버 랄랄의 존재를 엄마가 보여줘서 알았으니, 엄마 보다 트렌드에 무감하다고 새삼 원통해 할 이유가 없다.
이 싸-한 기분의 정체는 뭣이냐? 요런 소식을 또래에게서 먼저 들은 게 아니라, 엄마한테 먼저 들었나 하는 의문이었다. 나이든 사람은 젊은이 보다 트렌디 하면 안되냐! 편협한 사고를 버려라! 아까도 말했지만, 엄마가 나보다 유행을 더 잘 안 다카이.
소소하게 이모지 출시 소식을 알려 줄 사람 조차 없을 정도로 인간관계가 파탄 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의심, 두려움이 들었단 것이다. 요 몇 년 새, 안 그래도 빈약한 인간관계가 많이 잘려나가긴 했지? 그 얼마 안남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번에 새 이모티콘 나왔던데!" 가벼운 인사할 가치 조차도 없는 존재인 지도 모른다. 무인도에 표류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고립감을 느끼고 있지? 사회로 부터 동 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무인도에서 연기를 피우거나 구호 메시지가 든 유리병을 던지는 조난자가 된 심정으로 사람 하나 하나에게 시험삼아 허리가 긴 고양이 이모지를 보냈다. 요즘 이런 걸 주더라? 나만 유행에 뒤 떨어진 거니? 첫 답장이 도착하기 까지 걸린 십 분은 느리게만 흘렀다.
첫 메시지는 '나도 오늘 알았다.' 였고, 잇따라 오는 카톡들은 '이게 뭔데.' 후에 새로운 이모지를 시험해 보는 느낌의 허리 긴 고양이들이었다. 어디선가 나만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들 바빴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쓰바, 별 일 아니었네. 안도 하며, '뒷북 인 줄 알았네.' 답장을 보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로 부터 하루가 지난 지금. 하 씨, 카카오에 속았구나! 하는 생각 뿐이다. 이 고양이 이모지를 이제 서야 안 당신, 아싸 일지도? 얼른 이 이모지를 다운받으세요! 나도 모르게 FOMO 최면에 걸린 것 같다.
비트코인 팔아서 압구정에 집 살거다, 엔비디아 익절해서 회사 때려친다는 얘기에 FOMO를 느낀 것도 아니고, 고작 그래픽 쪼각에? 아직 철이 덜 들었구만, 헛웃음을 흘리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