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 이야기
누가 더 악한가?
신석기 혁명이 무르익은 때,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한 변두리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을의 규모는 서른 채 정도로 사람들은 아담하고 아름다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아침 일찍 숲에서 새들이 부르면 남자들은 어설프지만 유용한 쟁기로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렸다. 여자들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돌을 부딪쳐서 불을 만들고 먹을 수 있는 풀을 익히고 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국을 끓였다. 아이들은 기분 좋은 투정을 하면서 엄마를 거들었다. 이웃 사람들은 모두 친척이어서 한 집 식구처럼 화목하게 지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어른으로 추앙을 받았다. 마을에서 중요한 일이 생기면 이 어른이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에 모두들 흔쾌히 따랐다. 먹을 것이 있고 가족들이 화목하고 비 바람을 피할 곳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먹을 것을 찾아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사냥을 하던 조상들의 삶이 가엽게 생각되었고, 그에 비하여 자신들은 얼마나 복을 많이 받았는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했다. 매일 마을 뒷 산에 있는 바위에 가서 치성을 드렸다. 하루 하루가 평화롭고 달콤한 세월이었다.
이런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 날 뾰족하고 긴 돌과 나무 몽둥이를 든 남자들 수십명이 마을에 나타났던 것이다.그들은 다짜고짜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위협을 하면서 말했다.
“오늘 부터 이 마을은 우리가 접수한다. 너희들은 우리의 노예이다”
그 때 부터 원래 마을 사람들은 ‘원주민’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되었다. 쳐들어 와서 빼앗은 사람들은 ‘주민’으로 불리게 되었다. 주민들은 원주민들에게 일을 시켰다. 남자들은 농작물을 기르고 아이들은 가축을 돌보았다. 여자들은 주민들의 시중을 들어야 했다.
며칠이 지나자 주민들의 가족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원주민들의 집도 주민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원주민들은 주민과 거리를 두고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주민들의 집과는 비교가 안되는 초라하고 엉성한 집이었다.
농작물 추수가 끝나면 주민들은 농작물의 70%를 가져가고 나머지 30%를 원주민이 사용했다. 가축을 잡으면 머리와 내장 부분만 원주민이 먹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주민들은 모여서 긴 시간 동안 회의를 하더니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마을의 치안과 재산의 관리를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를 대표하는 우두머리를 뽑는다고 하였다. 여기에 원주민들은 배제되었다.
비옥한 땅에서 농사는 잘 되었다. 주민 가운데 어떤 사람은 농사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농업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이웃 마을 사람들이 배우러 오기 시작하였다.
배우러 오기 전에 주민들은 일년에 두 번씩 무리를 지어 이웃 마을을 습격하였다. 그리고 원주민들은 노예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마을은 노예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몇 개의 마을은 완강히 저항을 하였기 때문에 제압을 하지 못했다. 그 마을 사람들이 농사 기술을 배우러 오는 것이었다. 마을끼리는 적대 관계이지만 사람들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적들 마을에 대해 쉬지 않고 욕을 퍼 부었다.
“미천하고 야만스러운 것들” 이라면서 이들이야말로, 우리 이웃의 평화를 깨트리고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획책하는 ‘악의 축’이다”
때로는 이웃 마을에 이 ‘악의 축’ 동네 사람들이 쳐 들어 왔을 때 주민들은 지체없이 무장한 청년을 보내서 퇴치해 주기도 하였다. 이웃 마을 사람들은 이 인연을 잊지 않고 피를 나눈 혈맹이라고 감사의 표시를 해 오기도 했다. 점차 주민들은 이웃 마을에게 먹을 것을 공짜로 주면서 자기 편을 만들어 나갔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노예 신세인지도 모르는 채 눈물을 흘리며 주민들을 영접하였다. 그러자 주민 마을은 지구상에서 몇 몇 마을을 제외하면 유일 초 강대 마을이 된 것이었다.
그런데 노예화된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저항하는 마을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잘 사는 마을로 몰래 들어 가서 식량을 훔쳐 왔다. 남의 간섭없이 나대로 자유롭게 살겠다는 생각을 내세우면서, 큰 마을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사람들은,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가두고 돈을 뺐기도 하였다. 구걸하는 자도 생겨났다. 어떤 사람은 마을 사람들의 의견은 묵살한채 자기 마음대로 다른 마을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였다. 주민들이 보기에 이들은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이들 마을로부터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반도처럼 생긴 작은 마을이 있었다. 대대로 흰 옷을 즐겨 입으며 인의예지신이라는 법도에 따라서 어른을 공경하고 부부간에 신뢰가 있으며 아이들을 끔찍히 사랑하되 엄격하게 교육을 시키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우두머리가 나약하고 그 주변에는 제대로 정신이 박힌 인간이 하나도 없는 불행한 처지에 있었다. 이렇게 되니 주변 마을에서 그냥 놔 둘리 없을 터, 마을은 짓밟히고 폐허가 되었다. 이를 간파한 주민 마을에서는 제빨리 사람들을 파견해왔다. 침입자를 쫓아 내 주었다.
“구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 무엇으로 갚아야 할 까요?” 하자
그들은 말했다. “모두 인류의 평화를 위한 일인데 뭐” 하면서 공치사는 사양하고 겸손하기 까지 하였다. 그로 부터 사람들은 주민 마을의 말을 배우는 데 온갖 역량을 기울이면서 주민 마을에 배우러 가는 일이 최고의 과업이 되었다.
형제가 살고 있는 이 마을에 잔치가 벌어 졌다. 살찐 돼지를 잡고 술을 빚고 이웃 사람 모두가 모였다. 집을 나갔던 동생이 돌아 왔던 것이다. 형과 달리 농사 일이 싫었던 동생은 아버지가 돌아 가시자 집에 있는 돈 전부를 가지고 집을 나갔었다. 그 동생이 십여년 만에 돌아 온 것이었다. 동생은 한 눈에 봐도 부티가 주르르 흘렀다. 성공한 몸으로 돌아 온 것이었다. 사람들은 동생 주변에 얼씬거리면서 그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집을 나간 동생은 이 곳 저곳 다니면서 할 일을 찾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너무도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을 많이도 했다. 그럴 때마다 집에 있는 돈은 모두 들고 나왔는데 무슨 면목 으로 돌아가나, 돌아 갈 염치가 없는 것이었다. 때는 봄이었다. 사람들은 양식이 없어서 굶기가 일수였다. 그때 사업 아이디어가 머리를 때렸다. 그래, 이 사업을 하자. 동생은 바로 가진 돈을 다 털어서 쌀을 샀다. 그리고 신의가 있어 보이는 사람만 골라서 쌀을 빌려 주었다. 거저가 아니었다. 가을에 추수를 하면 빌려 준 쌀에 50%를 붙여서 되돌려 받기로 하였다. 장리쌀이었다. 장리쌀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사업은 잘 되어서 매년 재산이 늘어 났다. 신용도가 높아보이는 사람들만 상대하다보니 떼이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그 돈으로 토지를 샀다. 토지가 불어 나니 혼자서 다 관리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 형 생각이 났다. 집에 가서 형을 데리고 오자.
그래서 집으로 온 것이었다.
동생은 형에게 말했다
사업이란, 아이디어야, 다시 말하면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지.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남의 눈치나 보고,양심에 거리끼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해. 무엇이 돈이 되는 지 주도면밀하게 살펴 보아야 해. 보면 보이게 되어 있어. 내 눈에는 돈이 굴러 다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여. 장리 쌀 사업은 쌀이 없어 굶어 죽을 사람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빌려 주는 셈이지. 요즘처럼 흉년이 계속되는 한 내 사업은 창창하다고 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남들 보다 특별히 고객을 끌어 모으는 비결이 있기도 해. 말하자면 경쟁력이 탁월한 거야. 이것이 바로 내 사업의 비결이기도 하고..
이렇게 어느 정도 돈을 벌고 난 다음에는 양심과 도덕을 찾으면 돼.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존경하게 되어 있는 거리고. 돈에는 악취가 없어.돈 앞에 사람들은 모두 평등해. 모두 굽신거리거든….
형은 듣고만 있었다.
형에게는 동생의 말이 별 감동을 주지 못한 듯 했다.
형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보았다. 아버지가 가진 농토를 모두 팔아서 돈을 마련 해 두었더니 그 돈 모두를 동생이 가지고 나갔으니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무에서 시작된 삶이었다. 그래도 농사에 재능이 많았던 덕분에 남의 집 일을 하면서 먹고는 살고 있었다. 형으로서는 돌아 온 동생이 반가우면서도 미운 존재였다.
마침내 형은 같이 가자는 동생의 제안을 뿌리 쳤다.
“너는 너 대로, 나는 나대로” 형은 말했다. “할 일이 다른 것같다”
악은 선의 반대일까요?
악한 것, 선한 것은 딱 부러지게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할까요?
어떻게 보면 선함 가운데 악함이 있고 악함 가운데 선함이 있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선함과 악함의 정의 자체도 모호하고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리 보이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