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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Oct 20. 2022

셀렘 그리고 벅차오름

설레고 벅차오른다. 오늘은 무슨 행운이 이렇게 나를 따르는 건가..!




 출근길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한다. 오늘은 우리 본부단위의 월례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의 첫 순서는 신규 전입자 소개. 뭐라고 나를 소개하면 좋을까.. 어제부터 고민했다. 옆자리 책임님께 여쭤보니 자신은 5초 안에 끝낼 수 있다고 하셨기에 부담 없이 간단히 생각해본다.


 사무실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많다. 발언권자는 8시 40분에 미리 화상회의에 참석하라는 안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자리에 앉아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미리 출근한 옆자리 책임님이 어제 긴밀히 전해 들은 소식을 전해준다. 부사장님이 극대 노하신 사건이 딱 한 번 있는데, 그게 바로 월례 회의 때 스피커 마이크 문제라고 한다. 새것이 아닌 나의 노트북은 이어폰 연결이 불안정한 상태라 걱정이 된다. 신입사원이 나에게 다가온다. 스피커 마이크 체크에 주의를 준다. 더 긴장된다.

 발언권자들의 사전점검이 시작됐다. 무사히 넘겼다. 나의 노트북 상태를 알고 조심하라며 놀리던 옆자리 책임님의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점검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드디어 시작됐다. 바로 신규 전입자 소개를 한다. 옆자리 책임님이 먼저 시작하신다. 어라..? 분명 5초 컷 하신다고 하셨는데...! 정말 깔끔한 기승전결로 소개를 하신다. 그다음은 내 차례, 당황한 나머지 말이 길어질 뻔했다. 조금 어버버 했지만 적절하게 잘 끊은 것 같다. 화상회의라고 하지만. 약 70명가량의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점심시간이다. 오전 외근이신 팀장님이 자리에 없자 팀원들이 활기가 돈다. 오늘은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샌드위치 가게에 갔는데 팀원들과 덩달아 내 마음도 가벼워서 그런지 더욱 맛있었다.


 팀장님과 함께 외근 갔던 나의 사수가 복귀했다. 컴퓨터를 켜시면서 함께 카페에 가자고 하셨는데, 무슨 할 말이 있는 건지 잠시 긴장해본다.

'잘 있었어요~?'

부드럽고 나긋하게 질문하신다.

내가 본인이 없는 시간을 30분 이상 회사에서 보내면 항상 해주시는 질문이다. 업무보고를 원하셔서 하시는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마음의 안식처 같은 기분이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사적인 이야기가 오간다.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본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분이 헤쳐나간 것들에 대해 배운다. 내가 직면한 문제,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팀장님께서 나를 부른다. 어제 퇴근길 전화로 이야기했던 자료를 요청하신다. 보내드리자 피드백을 주신다. 수정후 관련 팀원들에게 함께 보낸다.


 뒷자리에 앉아 계시던 책임님이 자리를 비우니 자신을  찾으면 전달해달라고 한다. 알았겠다 대답했다. 잠시 후 다시 내게 오셨다. 자신이 간다던 업무지원실에 가봤냐는 것이었다. 가보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가본 것 같기도 했는데 그곳을 업무지원실이라고 하는지 몰라서 안 가봤다고 했다. 함께 가자고 했고, 가면서 회사의 이런저런 곳을 소개해주셨다.

 처음 간 곳은 피트니스센터, 어린이집과 의무실이 있는 3층. 피트니스센터는 이용요금, 옷, 양말, 세면도구 등이 모두 무료이고 트레이너에게 강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퇴근길 3층에서 문이 열렸을 때 작은 의자가 있어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어린이집이 있었다.

 '아.. 정말 복지 좋다.'

이후 지하 강당을 소개해주신 후 업무지원실로 갔다. 퀵, 택배, 등기, 행랑 등을 보내고 받는 곳인데, 사실 명함을 받으러 한 번 왔었다. 그곳이 업무지원실 인지는 몰랐지만. 간단한 회사투어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소개해 준 곳 이용하는 법은 모르겠으면 한 번 더 물어보라고 알려주셨다. 오늘 팀원분들의 행동에 내 마음이 힐링된다.


 자리로 돌아오니 아까 팀장님을 포함해 보낸 메일에 답장이 와있다. 팀장님이 내가 메일을 보낸 전체에게 답장을 해주셨다. 뭘까.. 두려움 반 긴장 반으로 메일을 열어본다.

'oo님

 정리 잘하셨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짧은 글이었는데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앞으로의 업무가 기대된다.





 퇴근하며 팀원들과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데 알람이 세 번 울렸다.

'뭐지..? 어....? 작가 승인!!'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단 번에 작가 승인이 됐다.

아까 벅차오른 가슴이 더욱 벅차오른다...!


서랍 속 저장해 두었던 글을 하나씩 꺼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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